이 아침의 시
2014-01-30 (목) 12:00:00
숲길에 검은 고양이, 흰 고양이 가슴 포개어 파르르 껴안고 있다가
살며시 품고 있다가
눈송이 위에서 서로 녹다가
화들짝, 숲속으로 꼬리 숨겨버리는 한 쌍
(아무도 모르는 일 누가 알아볼까)
저토록 황급히 서로 다른 길로 도망쳐 버리는
짐승과 짐승이 만나고 가는 길
연꽃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
돌아보며
자꾸만 야아웅! 소리 내어 서로를 확인하고 싶은
털끝을 베듯 달아나는 겨울봄바람
- 조현향( 1994 경남일보 신춘문예 등단) ‘고양이 바람’전문
눈 녹아 드러난 땅은 검은 고양이요 아직 눈 덮인 땅은 하얀 고양이란다. 이 두 고양이가 서로를 품고 있다가 털끝을 베고 달아나듯 차고 새침한 봄바람에 황급히 달아나 버린다. 연꽃 속에서 사랑을 나누다 가는 바람처럼 잠시 만났다 헤어져 서로 다른 길을 가는 짐승들. 함께 나눈 사랑의 여운이 사라질세라 바람결로만 서로를 확인하는 고양이들의 숲에 봄이 오고 있다. 머지않아 ‘야아웅’ 소리를 닮은 꽃들이 그 숲에 화들짝 피어나겠다.
- 임혜신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