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맥 다방, 별 다방

2014-01-29 (수)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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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폴 손 엔지니어

크레익스리스트(Craigslist.com)를 통해 물건을 사고팔려면 쌍방이 만나야하는데 서로 상대가 누구인지도 모르니, 안전을 위해서라도 공공장소를 선택해 물건을 보여주고 약정 금액을 현찰로 받는다. 그 공공장소로 맥도널드나 스타벅스가 많이 활용된다. 한인들 사이에서는 맥도널드는 맥 다방, 스타벅스는 별 다방이라 불린다.

별 다방에서는 커피 값도 비쌀 뿐더러 대부분의 손님들이 인터넷으로 각자의 일을 보기 때문에 마냥 떠들고 있을 분위기는 안 된다. 하지만 맥 다방에서는 시니어 커피가 있고 리필도 되므로 돈 없고 갈데없는 노인들이 소일하기에는 딱 이다.

얼마 전 뉴욕 퀸즈 지역에 소재한 맥 다방에서 한인 노인들이 오래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는 이유로 경찰을 불러 이들을 쫓아내는 일이 벌어졌었다. 지난 14일자 뉴욕 타임스의 인터넷 판은 “퀸즈의 한 맥도널드와 앉고, 또 앉고, 또 앉을 권리 다툼 (Fighting a McDonald’sin Queens for the right to sit. And sit. And sit.)”이라는 제하의 기사를 맥 다방 안의 한인 노인들 사진과 함께 실었다.


그러다 며칠 뒤 해당 맥 다방의 사과와 한인사회의 양보로 일단 마무리됐다. 쌍방이 이해한다, 미안하다며 화해를 했다는 것이다. 화해 결과로, 영업 중 바쁜 시간대인 오전 11시부터 오후 3시까지는 노인들이 회합을 피하기로 하고 머무는 시간도 한 시간으로 정했다는 것이다. 쌍방이 합의한 사항이므로 상호 존중 정신이 있어야하겠다.

뉴욕에서의 쌍방 합의를 미주 한인들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바쁜 영업 시간대가 아닌 시간에 한 시간” 임을 명심해야한다. 미국 내의 맥 다방과 한인 손님 사이에 합의된 선례를 남긴 것이다. 뉴욕에서만 있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새벽부터 대도시의 맥 다방, 버거 킹 등은 한인 노인들에 의해 점령당하고 있다. 맥 다방 측은 ‘이곳이 경로당이 아니고 레스토랑’이라 한다. 섭섭한 말이지만, 터질 것이 터진 것이다.

어디 그 뿐인가? 일요일이면 잘 차려입은 많은 한인 교인들이 예배 후 교회 인근 맥 다방에 죽치고 있는 장면을 가끔 본다. 남자들 따로, 여자들 따로 둘러앉아 사위 며느리 자랑에, 골프에다, 스킨케어 이야기까지 한 시간을 훌쩍 넘기고 있다.

샌프란시스코 베이 지역 어느 한인 교회 인근의 맥 다방 중에는 네 사람 이상 둘러앉을 수 있는 테이블을 아예 없앤 곳도 있다. 시카고의 한인노인 밀집지역에 소재한 어느 맥 다방에는 심지어 전날 쓰던 종이컵을 가져와 돈 안내고 커피를 리필에 리필하는 노인도 있다고 한다.

한편 한국에서 무숙자로 전전하면서 24시간 영업하는 서울의 한 맥 다방에서 밤을 새는 권 모 할머니의 이야기가 보도된 일이 있다. 한 때 외무부에서 근무했던 대학출신의 이 할머니는 기사가 나간 후 ‘맥도널드 할머니’라고 불렸다. 그 분도 바쁜 시간대가 아닌 한가한 밤 시간에 매장에 들어와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그분은 암으로 작년에 향연 73세로 별세하셨다.

그렇다. 맥도널드 매장을 찾는 사람들도 최소한의 예의를 갖춰야한다. 맥도널드 할머니도 영업에 지장이 안가도록 했는데, 시니어 커피 한잔에다 리필에 리필로 죽치고 있으면서 인종차별 운운 하는 것은 글쎄... 나도 노인이지만 영업방해는 아닌지 좀 생각해볼 여지가 있다. 동남아에서 한국으로 들어온 노동자나 시집온 새댁들 또한 탈북자들을 차별하는 우리네가 이 일에 대해 그런 말할 자격이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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