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이 아침의 시

2014-01-23 (목)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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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능금 향긋하여 나는 먹을 수 없네
이 단내는 꽃의 냄새나는 꽃향기를 깎을 수 없네

나보다 먼저, 나보다 더 오래, 능금 꽃 앞에서 울던 벌이여

이 한 알의 보석에 박힌 수백 개 태양을 나는 깎을 수 없네


달에 옥토끼가 살지 않는다는 것을 이미 오래 전에 알아버렸을지라도,

이 붉은 능금의 빛나는 황홀을
나는 어찌할 수 없네
가슴의 두근거림을,
능금빛 사랑의 믿음을
나는 차마 깎을 수 없네.

- 배한봉 (1962- ) ‘능금의 빛나는 황홀을’ 전문


잘 익은 능금을 바라보며 시인은 찬탄한다. 물씬 풍겨오는 단내, 꽃이 피고 꿀벌들이 날아들고 태양이 눈부시게 내리꽂히던 날들. 능금은 수많은 날을 태양의 사랑을 품어온 보석이며 또 다른 꽃이기도 한 것이다. 오래 전 신화는 사라져 버리고 꿈 없는 세상은 삭막하지만 능금을 보는 시인의 마음은 능금처럼 설렌다. 차마 깎을 수조차 없는 능금을 한 입 베어 물면 그 맛이 바로 ‘sinfully delicious’이겠다.

- 임혜신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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