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중국 발 미세먼지

2014-01-23 (목)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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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펄펄 눈이 옵니다/ 바람타고 눈이 옵니다/ 하늘나라 선녀님들이/ 송이송이 하얀 솜을 자꾸자꾸 뿌려줍니다/ 자꾸자꾸 뿌려줍니다”

한국에서 자란 사람이라면 누구나 기억하는 동요 ‘눈이 옵니다’이다. 유년기 겨울철 가장 신나는 경험은 눈이었다. 함박눈이 펑펑 쏟아지면 온 세상이 하얗게 변하면서 어떤 신비로운 세계가 열리는 것 같았다. 선녀님들이 뿌려주는 하얀 솜 같기도 하고, 하얀 떡가루 같기도 한 눈을 보면 아이들과 강아지들은 모두 밖으로 뛰쳐나갔다. 눈밭에 뒹굴기도 하고 눈싸움도 하고 눈사람도 만들면서 눈 세상 향연을 즐겼다.

사춘기나 대학시절이 되면서 눈은 다른 추억으로 기억되었다. 이때 떠오르는 노래는 아다모의 샹송 ‘눈이 내리네(Tombe la neige)’가 대표적. 그해 겨울 첫눈 오던 날, 누구를 만나 무엇을 했는지가 달콤 쌉싸름한 기억들로 남아있다. 종로에서 동대문까지, 혹은 한강로를 따라 눈을 맞으며 마냥 걸었던 기억들이 있다.


눈 구경 못하는 남가주의 한인들에게 눈은 특히 아련하다. 공간적으로 머나 먼 고국, 시간적으로 멀고 먼 젊은 시절의 추억들과 엮이면서 눈은 낭만 그 자체이다.

그런데 요즘 한국 TV 뉴스를 보면 눈과 낭만은 물과 기름 같은 사이가 되어버렸다. 눈이 오면 이제 아이들은 밖에 있다가도 집안으로 피신을 해야 한다. 펄펄 내리는 눈을 맞으며 마냥 걷던 것도 옛말이다. 눈이 몸에 닿지 않도록 우산을 쓰고, 모자를 쓰는 것이 건강상식이 되었다.

모두가 대기오염 때문이다. 중국 발 황사와 미세먼지가 뒤섞여서 눈은 더 이상‘하얀 떡가루’가 아니다. 피부, 눈, 호흡기 등에 나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눈 오는 날 노약자나 임산부는 특히 외출을 자제해야 하다.

혹시라도 눈을 맞았으면 입었던 옷을 벗어서 세탁하고 샤워를 해야 한다니 불안해서 살겠는가. 눈 오는 날은 더 이상 신나는 날도 낭만적인 날도 아니다. 세계의 공장, 중국을 지척에 둔‘악연’ 때문에 겪는 피해이다.

중국의 스모그는 악명이 높다. 팔을 뻗으면 자기 손이 안 보인다거나 옆에서 누군가 말을 하면 소리는 들리는 데 얼굴이 안 보인다는 등의 과장이 실감나게 들릴 정도이다. 오죽하면 볼보는 지난 가을 신차를 소개하면서 완벽한 여과장치를 최대 강점으로 내세웠다. 배기 시스템의 여과장치가 외부의 미세먼지 95%를 차단해서“자동차 문을 열면 베이징 같지만 문을 닫으면 (차안은) 북유럽 같다”는 설명으로 관심을 끌었다.

멀리 태평양 건너의 일인 줄만 알았던 중국 발 스모그가 미 서부해안까지 날아온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되었다. 중국의 공장 굴뚝들이 뿜어낸 오염물질이 편서풍을 타고 건너와 캘리포니아, 오리건, 워싱턴 주의 대기를 오염시킨다는 것이다. 미세먼지는 비가 와도 씻겨 내려가지 않고 대기 중에 오래 남아 먼 거리를 이동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한다.

중국의 스모그가 남의 일이 아니다. 세계가 손잡고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지 않으면 언젠가는 숨 쉴 공기마저 돈 주고 사야할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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