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려한 무대.벅찬 감동’ 미국 대표 공연장
2009년 열린 MTV 뮤직 어워드. 화려한 식이 거의 마무리에 다다르며 분위기는 한층 고조되고 있었다. 이제 마지막 무대, 뉴욕이 낳은 인기 랩퍼 제이지가 무대로 올라서며 장중한 사운드의 ‘엠파이어스테이트 오브 마인드(Empire State of Mind)’가 깔린다.
그는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플로우를 타며 800만 스토리가 살아있는 뉴욕을 찬양했다. 이 때 현장에 있던 관객은 물론, 그 장면을 TV로 지켜보는 이들조차 특별한 임장감을 느끼게 되었다.
뉴욕 스토리의 꿈이 온몸을 휘몰아치는 듯 한 감동으로 바뀌는 순간, 그 꿈에 취해 뉴욕을 처음 봤던 그 순간을 그려본다. 바로 이 환상적인 시상식이 벌어진 곳이 뉴욕을 대표하는 공연장으로 첫손에 꼽히는 ‘라디오시티 뮤직홀(Radiocity Music Hall)’이다.
The Hall of New York을 꿈꾸며
사실 1932년 12월 오픈한 이 뮤직홀의 닉네임은 ‘뉴욕의 대표 공연장’을 훨씬 뛰어넘는다. ‘Showplace of the Nation’, 즉 ‘미국의 대표 무대’라는 것이다. 이 같은 대담한 표현에는 역시 유명 공연을 다수 개최해왔다는 자부심에 더해, 화려한 쇼의 거점이라는 대중들의 인정을 동시에 수반하고 있다. 건축가 에드워드 더렐 스톤과 인테리어 디자이너 도날드 데스커가 아르데코 스타일로 완성시켜 1932년 12월 공식 오픈했다. 당초 이름은 ‘인터내셔널 뮤직홀’. 하지만 처음 이 건물을 임대한 ‘라디오 코퍼레이션’의 이름을 따 ‘라디오시티 뮤직홀’로 변경한 뒤 현재에 이른다.
오픈 초기만 해도 이곳에서는 상류층 대상의 호화 쇼가 주로 기획되었다. 하지만 러닝타임이 길어 쇼를 여러 번 개최할 수 없는데서 오는 수지타산 부족, 그리고 당시 쇼 연출력의 부족으로 퀄리티가 만족스럽지 못했던 점으로 인해 금세 실패하게 된다. 그로 인해 이듬해부터 노선을 변경, 가족 대상의 쇼나 영화관으로 색깔을 바꾸면서 점차 경영상의 안정을 되찾게 된다.
당시 급성장한 중산층의 가족 단위 관람 층이 이들의 최대 고객이 된 것이다. 게다가 이때부터 시작된 ‘크리스마스 스펙타큘러(Christmas Spectacular)’가 큰 호평을 얻으며, 현재까지도 매년 크리스마스 시즌마다 상연되고 있다.
1979년을 기점으로 일반 영화 상영을 그만둔 뒤에는, 현재 그래미상이나 토니상, MTV 뮤직 어워드 등의 시상식장으로 자주 활용되고 있다. 그리고 유명 복서(최근에는 이종격투기)들이 벌이는 세기의 대결이나, NBA, NFL 등의 신인 드래프트 행사도 이곳에서 간혹 개최되곤 한다.
비록 한 시기 사무실로 전용될 계획도 제시되었지만 실패. 역시 6,000석이 넘는 대규모 뮤직홀은 뉴요커들에게 비즈니스보다는 엔터테인먼트 공간으로서 더 큰 의의를 갖는 듯하다. <이수형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