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시
2014-01-09 (목) 12:00:00
나사가 빠진 안경을 책상 위에 올려놓고 안경점 주인을 떠올리네 왜 그가 돋보기안경은 두 개 이상을 맞춰야 한다고 우겼는지 이제야 알겠네 나사 빠진 안경다리 연결부문 구멍이 보이질 않네 이걸 어떻게 고쳐야 하나 돋보기안경을 써야 다른 돋보기안경 다리도 보이고 뒤틀린 입구도 보이고 렌즈의 지문도 선명히 들어온다는 것을 이제야 알겠네 안경 하나가 망가지고 나서야 왜 나에게 또 하나의 안경이 필요한 건지 알겠네 망가진 안경을 고치기 위해서 잘 보이는 시력 하나 더 필요한 것을 먹먹했던 시간을 깨닫기 위해 또 다른 사막을 건너온 시간이 절실하다는 것을 이가 빠진 시간을 들여다보기 위해 둥그런 햇살 그 뒤편 붉은 유약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겠네
- 한정원 (1955-) ‘돋보기안경’ 전문
살아가면서 종종 우리들은 문제가 터지고 나서야 그 문제를 해결할 열쇠가 없다는 것을 알아채곤 한다. 화자는 하나밖에 없는 안경다리를 고치려다 안경이 잘 보이지 않자 그제야 안경이 하나 더 필요했다는 것을 깨닫는다. 해결책이 늘 문제와 함께 쌍으로 오면 얼마나 좋을까. 청마의 해, 2014년엔 사막을 잘 건너온 둥그런 햇살 같은 플랜 B, 플랜 C, D, E가 있어 고장 난 것들을 모두 모두 고칠 수 있으면 좋겠다.
- 임혜신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