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친정’ 한국과 ‘시댁’ 미국

2014-01-09 (목)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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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정근 목사 / 미주성결대 명예총장

새해가 되었다. 새해가 되면 누구든지 새로운 일을 해 보겠다고 결심한다. 따라서 ‘새해의 결의’라는 말을 자주 듣게 된다. 설령 작심삼일이래도 좋다. 적어도 새 것이 좋다는 의식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어떻거나 새것은 좋은 것이다. 이혼이 많은 만큼 지금은 재혼도 많다. 그런데 재혼한 뒤에도 여전히 옛 남편 옛 아내를 더 그리워해서는 안 된다.

그래서 생긴 이름이 무엇인가. ‘새혼부부’ 아닌가. 이혼의 비극이 없어야 하지만 이왕 한 번 실패했거든 재혼에 머무르지 말고 새혼으로 신장개업하기를 기도한다. 아니, 지지고 볶는 초혼이라도 새혼한 셈 치고 새롭게 출발해야 한다.

그런데 미주한인들은 누구나 재혼의 체험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가. 첫 아내 첫 남편인 대한민국과 헤어져서 미국과 결혼했다고 말하면 쉽게 이해가 가리라. 미국의 시민권과 영주권 취득은 상당부분 결혼의 체험과 겹친다.


미국시민권을 얻게 되면 미국의 헌법과 결혼한다. 미국의 문화, 제도, 영어와도 결혼한다. 그리고 실제로 다인종 미국 시민과 결혼하는 후세대가 점점 늘어간다. 그래서 여전히 ‘한국은 친정이고 미국은 시댁’이라는 말이 우리들 사이에 회자된다.

미주한인들에게는 ‘최초’라는 기록의 보유자들이 많다. 어떤 사람은 성경의 요셉처럼 그 집안 최초 이민자의 기록을 갖는다. 그 집안에서 미국서 태어난 최초의 아기가 되기도 하고, 그 가문에서 영어 이름을 최초로 사용한 이들도 있다. 그런 점에서 미주한인들은 누구나 파이오니어, 프론티어, 그리고 탐험가들이다. 이런 체험은 정든 모국을 떠나 미국으로 오겠다는 결단에서 싹튼 것이기에 새로운 결심이 그만큼 값지다는 증거 아닐까.

그런 점에서 서재필 선생(1864-1951)을 다시 주목하게 된다. 그 어른은 한인최초의 대학 졸업자, 최초의 한인 의사, 최초의 신문 발행인, 최초의 독립문 건립주도자, 최초의 정당이라 할 독립협회 창설자 등등 ‘코리언 최다 최초 보유자’일지도 모른다.

심지어 30세 때인 1894년 6월 뮤리엘 암스트롱이라는 규수와 결혼식을 올림으로 국제결혼 아니 다인종 결혼의 제1호가 되었다. 120년 전의 사건이다. 지난 1월7일이 탄생 150주년 되는 날이라서 더욱 새롭게 느껴진다.

국제결혼하신 분들 가운데 성공적인 결혼생활을 통하여 아름다운 가정을 이루신 분들이 많다. 하지만 ‘국제결혼’인데도 국제수준의 결혼에는 함량미달인 부끄러운 사례도 꽤 있다. 그런 점에서도 서재필 어른은 우리와 자손들에게 좋은 롤 모델이 되고 있어 매우 흐뭇하다. 첫 부인은 혁명 실패로 삼족을 죽일 때 희생되었다.

한 가지 더 ‘최초’를 소개하고 싶다. 서재필 부부가 결혼 1년 뒤에 모국을 방문했다. 2년 4개월 동안 모국에 머물면서 한국사회 근대화와 독립화에 철저히 헌신하는 동안 조선정부 고위관료들에게 강연을 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이때에 참석자 모두가 기립하여 국기에 대한 경례로 시작하도록 했다. 따라서 그는 국기에 대한 경례를 최초로 실천한 영웅이기도 했다.

최초의 미국 시민권자였을 그분께서 국기배례를 할 때에는 ‘태극기가 바람에 펄럭입니다’라는 노래는 아직 없었다. 그런데 지금은 우리들의 가슴 속에 태극기를 보기만 하면 그 노래가 저절로 나온다. 하지만 미국과 결혼한 우리들이 그것만으로 끝나서야 되는 일일까. 한국의 애국가만큼 미국국가 ‘The Star-Spangled Banner’도 힘차게 불러야 하지 않을까.

2014년 새해에는 소치동계올림픽도 있고 월드컵 축구경기도 있어 벌써부터 우리를 들뜨게 한다. 그런데 매 번 월드컵이나 올림픽 경기 때마다 좀 부끄럽다. 한국 팀에 대하여는 선수 이름 등 시시콜콜한 것까지 다 알고 뜨거운 응원전도 벌인다.

그런데 시댁인 미국 팀에 대해서는 도무지 깜깜하다. 선수 이름도 아는 이가 별로 없다. 정말 미국 팀 경기를 텔레비전으로라도 보는 한국계 미국인이 몇이나 될까. 특히 춤을 추며 응원하는 사람은 몇이나 있을까. 새해에는 태극기와 성조기를 양 손에 들고 두 나라 모두를 목이 터져라 힘껏 응원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면 정말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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