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시
2014-01-07 (화) 12:00:00
앙코르왓 사원에 와서 당신의 뇌수에
어떤 나무를 심어 놓고 왔는지 알았다
사원 한 채를 다 덮은 판야나무,
9백년의 시간 속에서 그 뿌리는 불상과
사원을 부수는 일하나는 뿌리로 사원과 불상이 무너지지 않도록
버팅겨 주는 일당신의 뇌수 속에서 자라는 판야나무
당신을 서서히 파괴시키면서 버팅겨 주는
사랑의 힘,우리들 믿음 또한 그런 게 아니었을까?
타프롬 사원을 두고 악마의 집이라고
부르는 사람도 있지만
비욘의 계단을 오르면서 천사의 집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캄보디아의 주황색 장삼을 걸친 노승처럼
크메르 루즈의 대학살을 견디고도 살아남은
나의 또는 당신의 판야나무
처음은 당신도 어디선가 날아온 그 자그마한 푸른 이끼 속
한 톨의 작은 씨앗이었을 것이다.
- 송수권( 1940-) ‘나의 판야나무’
타프롬 사원은 그 위에 얼기설기 뿌리내린 거대한 판야나무 때문에 무너질 듯 위태로워 보인다. 하지만 사원은 그 나무 때문에 오히려 안전하다. 뿌리들이 사원을 무너지지 않도록 지탱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사원과 나무는 대학살을 견디고도 살아남아 서로를 파괴하는 동시에 버팀목이 되어 공생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들 가슴 속에 뿌리 내린 크고 오랜 아픔, 절망, 번뇌 같은 것들도 우리의 생을 지탱해주는 또 다른 판야나무가 아닐까.
- 임혜신<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