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거래 늘지만 가격 상승폭은 둔화”

2014-01-02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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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해 주택시장 전망

▶ 가주는 올해까지 조정기 이어질 듯, 젊은층 진입 어려워, 소유율은 하락 이자율 상승에 변동금리 수요 상승

지난해 예상 밖으로 큰 폭의 회복세를 보였던 주택시장에 올해는 과연 어떤 일들이 기다리고 있을까? 시장의 가장 큰 관심사는 아무래도 지난해 폭등한 주택가격의 방향일 것이다. 바이어, 셀러 모두 주택가격 추이에 따라 매매전략이 수정되기 때문이다. 일단 지난해 주택가격이 큰 폭으로 올랐지만 올해는 조정기에 진입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모기지 금리 상승, 주택매물 증가 등의 요인도 있겠지만 주택경기 순환주기에 따라 올해와 내년이 주택경기 조정기에 해당되기 때문이다. 주택거래는 지난해보다 소폭 증가할 것으로 기대되지만 주택가격 상승은 둔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밖의 올해 주택시장 추세를 전망해본다.


■ 상승 앞둔 조정기 진입
과거 주택경기 순환주기를 보면 올해 주택시장은 조정기에 접어들어야 하는 해다. 주택경기는 대개 10년을 주기로 반복적으로 상승과 하강을 지속해 왔다. 전국 주택경기의 선행시장으로 볼 수 있는 가주의 주택시장은 2012년 하강곡선에 마침표를 찍고 이미 지난해 상승 직전의 조정기에 진입한 것으로 여겨진다. 따라서 올해 전국 주택시장의 경기도 가주와 비슷한 흐름을 따르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2006년 하반기 본격적으로 시작된 가주 주택시장의 침체는 3년 뒤인 2009년에 이르러서야 바닥에서 탈피했다. 이후 4년간 바닥권에서 거의 정체수준을 이어온 주택시장은 지난해 드디어 회복세 진입에 성공했다. 2012년 대비 큰 폭의 회복세로 볼 수 있지만 2006년도와 같은 활황은 아니다. 오히려 지난해 주택시장은 본격적인 상승세 진입 직전의 조정기로 보는 편이 정확하다. 과거에 이같은 조정기가 대개 1~2년간 이어졌던 점을 감안하면 지난해 시작된 가주 주택시장의 조정기는 올해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대부분의 시장조사 기관들이 올해 주택가격 상승 전망을 지난해의 절반 수준으로 내려 잡으며 올해 주택경기가 조정국면에 진입할 것으로 예고한 바 있다. 만약 이번에도 가주 주택시장이 10년 순환주기를 따른다면 올해 말과 내년부터 주택시장이 큰 폭의 상승을 거친 뒤 2016년부터는 다시 정체기에 진입할 가능성도 고려된다.

■주택 소유율 정체 또는 하락
사상 최저수준으로 떨어진 주택 소유율에 대한 개선 전망이 올해에도 불투명하다. 최근 고용시장이 큰 폭으로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음에도 불구하고 주택 소유율은 올해 기껏해야 지난해 수준(약 65%)을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일자리 증가에도 주택 소유율이 당장 개선되기 힘든 이유는 젊은 층의 주택구입이 쉽지 않다는 현실 때문이다.

대학 졸업 후 일자리를 찾지 못해 부모와 함께 거주했던 젊은 층이 올해 일자리를 찾아 대거 독립할 것으로 기대되지만 대부분 주택 구입보다는 주택 임대부터 시작할 것으로 전망된다.

주택구입에 필요한 목돈 마련이 쉽지 않은 이유도 있지만 사회 초년생들의 경우 직장 간 이동이 많아 사회 진입 후 약 5년간 주택 임대비율이 높다. 고용시장 개선 초기에 이같은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기 때문에 올해도 주택 실소유율 증가는 기대하기 힘들고 투자자들의 주택 소유 비율은 여전히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 변동 이자율 신청 증가
모기지 이자율 상승이 예상되면서 변동 이자율에 대한 관심이 다시 높아지겠다. 변동금리 모기지에 적용되는 이자율이 고정금리보다 낮아 페이먼트 금액을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30년 만기 고정금리와 5년 만기 변동금리 간의 이자율 격차는 약 1.5%포인트 가량 벌어지고 있다. 따라서 다달이 납부해야 하는 페이먼트가 걱정이거나 이자율 상승으로 모기지 대출이 힘든 대출자는 변동금리로 눈을 돌리기 쉽다.

국영 모기지기관 프레디맥에 따르면 12월19일 기준 30년 만기 고정이자율은 약 4.5%대로 오른 반면 5년 만기 변동이자율은 3%대를 넘지 않고 있다. 5년 만기보다 안정적인 것으로 여겨지는 7~10년 만기 고정금리도 약 3~3.5%대로 30년 만기 고정금리와의 격차가 1%포인트 이상 벌어졌다.

에린 랜츠 질로우닷컴 모기지 부문 디렉터는 “30년 만기 고정금리의 발급이 감소할 전망”이라며 “이자율이 상승하면서 7~10년 고정 변동금리에 대한 수요가 높아질 것”이라고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전망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고정과 변동 모기지 금리를 결정하는 기준은 페이먼트 금액이 아니라 주택 보유기간이 되어야 한다. 만약 주택구입 후 5년 내에 처분이 확실시된다면 현재 변동 금리로 모기지를 대출하는 편이 유리하다. 그러나 당장 주택을 처분할 계획이 없다면 고정 금리로 모기지를 대출 받는 편이 훨씬 유리하다. 아직까지 모기지 금리가 낮고 올해 안에 5%대로 상승할 것이 확실시되기 때문이다.

또 모기지 금리가 상승세여서 모기지 대출 신청 때 ‘이자율 보장’(lock-in)을 함께 신청하는 편이 좋다. 이자율 보장은 대출 신청 때 제시받은 이자율이 실제 대출에도 적용될 것을 약속 받는 절차로 대부분의 은행은 45~60일간 보장 시에는 별도의 비용을 받지 않는다.

■재구입자 ↑, 투자자·첫 구입자 ↓
지난해 주택시장에서 투자자들의 주택매입 활동이 활발했던 반면 올해는 주택 재구입자에 의한 주택거래 비율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해 주택가격이 급등하면서 이미 투자자들의 주택구입 비율은 큰 폭으로 하락했다. 집값이 오르게 되면 첫 주택 구입자들의 주택구입도 더욱 버거워지게 마련이다.

반면 집값 상승으로 올해 주택처분이 가능해진 주택 소유주들에 의한 활발한 주택매매가 예상된다. 특히 은퇴 연령층에 접어든 베이비부머 세대들의 다운사이즈 용도의 주택매입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도 전망된다.

■베이비부머 ‘선샤인’ 주로 대이동
은퇴 연령층인 베이비부머 세대의 선샤인 스테이트로의 대이동이 예상된다. 이미 가주, 네바다, 애리조나, 플로리다 등 겨울철이 따뜻한 션샤인 스테이트가 은퇴지로 각광을 받고 있지만 이같은 현상은 이상 기후와 함께 더욱 가속될 전망이다.

이미 추운 겨울이 예고된 가운데 일부 지역에서는 폭설 등 강추위가 이어지고 있어 내년부터는 션샤인 스테이트 주택시장을 두드리는 노년층이 급증할 전망이다. 가주에서만도 북가주의 쌀쌀한 겨울 기후를 피해 남가주로 남하는 은퇴층이 최근 몇 년 사이 눈에 띄게 늘었다.


<준 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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