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혁 <자생한방병원 뉴저지분원장>
아이들은 계속 성장하고 있다. 청소년기가 끝나갈 무렵까지 성인의 모습으로 뼈와 인대, 근육 등 신체골격이 자라난다. 생명체의 어린 모든 것들은 연약하고 부드러운 속성을 가지고 있으므로, 청소년기 이하의 아이들은 뼈와 근육도 어른보다 훨씬 변하기가 쉽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아이들이 자라면서 계속 좋은 쪽으로, 정상적인 쪽으로만 변화하며 성장하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안타깝게도 의외로 많은 아이들이 척추가 휜 채로 성장하는 경우들을 볼 수 있다. 척추는 옆에서 봤을 때 목과 허리에 앞 뒤로 자연스러운 2개의 커브가 존재하지만, 정면에서 봤을 때는 똑바른 직선으로 있어야 한다.
정면에서 봤을 때에 좌우 옆으로 굴곡이 진 것을 ‘척추 측만증 (Scoliosis)’ 라고 하며, 유전적 소인 이외의 정확한 원인은 의학적으로 아직 명확하게 밝혀져 있지는 않다. 이 척추 측만증은 사춘기 무렵의 나이에서 주로 나타나지만, 30도 미만의 측만증은 부모나 본인 스스로도 척추가 휘었다는 것을 알기가 쉽지가 않아서 계속 방치되면 성인이 되어갈 수록 조금씩 악화되어 만성적인 척추부위 통증이 발생될 수 있다. 또한 성장기에 비뚤어 자라는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키가 더 클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원래 클 키보다 더 작을 수 밖에 없는 원인이 된다.
이러한 척추측만증을 가진 아이들은 왠만해서는 통증이 거의 없다시피 한 것이 문제라면 문제다. 즉 척추가 눈에 띌 정도로 많이 휘어도 특별히 아픈 곳이 없는 경우가 흔하다. 이것은 아이들이 유연하여 몸이 비뚤어진 채로 적응이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적응된 채로 행동하고 습관이 되어 자세는 점점 더 안좋아지게 된다. 그런데 이 적응이 된 것이 좋은 쪽이 아니라 비뚤어진 채로 적응이 된 것이기 때문에 결국 몸이 뻣뻣한 성인이 되어서는 더이상 완벽하게 똑바로 돌이키기가 거의 불가능해져버리는 사태가 되고 만다.
성인의 측만증에서는 비뚤어진 척추 마디마디 때문에 자주 통증이 재발되고, 디스크에 가해지는 압력이 잘 분산되지 못한 채로 특정 부위에만 압력이 걸려서 디스크 수핵 탈출이 쉽게 일어나게 된다. 그리하여 보통 사람들이 잘 생기지 않는 척추 마디에 디스크가 생기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척추측만증은 골격과 체형이 완성되는 성인이 다 되어 치료하려면 매우 어려운 일이 되어 버린다. 조금이라도 유연한 어릴 때에, 적어도 20세 전후 무렵 전에 척추측만증 치료를 매우 열심히 받아야 척추를 조금이라도 더 반듯하게 할 수 있다. 특히 여성은 남성보다 근골격이 좀 더 유연한 편이므로 측만증에 대한 치료를 받으면 비교적 치료 결과가 좋은 편이다. 최소한 더 비뚤어지는 악화라도 막으면 의미가 있다고 볼 정도로 척추측만증을 개선시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정형외과적 방법으로는 자세를 잡아주는 다양한 장치를 몸에 착용시켜 악화를 막는 정도로 측만증에 대처하며, 심하면 척추 마디마디를 잡아 펴서 고정하여 수술한다. 이 수술은 심한 측만증의 경우에 심장과 폐의 기능에 지장을 주어 숨쉬기도 힘든 경우 고려할 수 있으나, 척추의 움직임을 굉장히 많이 제한하게 되므로 성장기에 있는 아이들에게는 적합치 않은 경우가 많다.
전신의 균형과 조화를 중요시하는 한의학에서는, 바른 신체구조에서 바른 신체기능이 작용할 수 있으므로 척추의 정상적인 구조를 되찾는 치료를 매우 적극적으로 시행한다. 특히 턱관절의 불균형이 목뼈의 배열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하고, 이에 대한 보상작용으로 허리뼈의 배열에 악영향을 미쳐서 연쇄적인 전신 척주구조 이상을 일으킨다는 이치에 착안하여, 턱관절의 균형을 유도하는 장치를 가능한 한 오래 착용하도록 한다.
치과에서 치아 교정치료를 한 아이들이 모두 측만증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측만증이 있는 아이들이 대부분 치과에서 치아 교정치료를 했었다는 관찰 결과에 의하면 턱관절의 불균형이 척추와 자세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치아를 뽑고 수년간 장기적으로 치아를 교정하는 기간 동안 어금니의 교합이 계속 변하면서 턱관절의 좌우 불균형이 지속적으로 척추에 악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아이들 중에는 겨우 10대인데 벌써부터 한쪽 턱관절 디스크가 빠져나와 입을 벌릴 때마다 딱 딱 소리가 나는 학생도 있다.
턱관절 균형 치료에 더하여, 휜 척추의 꺾임을 고려하여 옆으로 휘어진 척추 주변 근막과 근육에 침을 놓아 연부조직의 이완을 도모하며, 추나수기요법으로 손으로 직접 척추의 바른 구조를 유도하여 치료한다. 특히 통증이나 디스크 수핵 탈출증을 동반한 경우, 추나약물로써 염증을 해소하고 손상된 신경을 보호한다. 치료는 보통 30도 이상의 측만증인 경우 1년 이상을 생각하게 되며, 30도 이하인 경우 6개월에서 1년 정도는 치료를 해야 악화를 방지하고 척추를 더 바르게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