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병원놀이 중

2013-11-14 (목)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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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는 아내가 환자가 되고
내가 보호자 노릇을 하고
또 하루는 내가 환자가 되고
아내가 보호자 노릇을 한다
돌아가는 길에 짬이 나면 길거리
벤치에 앉아 바쁘게
흘러가는 사람들이며
차들을 구경한다
버스에서 내려서는
도넛도 한 개씩 사서 먹으며
마주 보고 빙긋 웃기도 한다
지금 우리는 병원놀이 중이다.

나태주(1945-) ‘병원놀이 중’ 전문

노부부께서 병원에 다녀오시나 보다. 큰 병은 아니신 듯, 벤치에 앉아 지나가는 젊은이들을 바라보기도 하고 도넛을 드시며 철없는 아이들처럼 웃기도 하신다. 나이 들며 일상이 되어버린 병원출입, 잦은 병치레를 병원놀이라고 부르는 유머가 미소를 자아낸다. 두 분의 소꿉놀이에 자잘한 근심은 저 멀리 사라져 버리겠다. 겉은 쓸쓸하지만 속은 따스한 풍경이다.

임혜신<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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