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야외의 전기오븐 ‘더치 오븐’

2013-11-13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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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부 개척시대의 필수품 ‘무쇠냄비’

▶ 열 고루 전달… 결혼선물로도 인기

전기오븐이 생기기 훨씬 전에 그 역할을 하던 냄비가 있다. 우리나라에 가마솥이 있다면 미국에는 같은 의미와 기능을 가진 무쇠냄비 더치 오븐이 바로 그것이다.

16세기 초, 미국으로 이주한 가난한 이민자들이 조금이라도 여유가 생기면 가장 먼저 장만하는 필수품으로 우리 선조들이 전쟁 때에도 가마솥을 이고 피난을 다니고, 산골 화전민들의 정착과 함께 없어서는 안 될 물건으로 가마솥을 꼽듯 더치 오븐도 그러하다.

미국 이민자들과 서부 개척시대의 역사 속에서 먹고 사는 문제와 직결된 소중한 문화이자 귀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초대 대통령인 조지 워싱턴의 어머니는 유언장에 자신의 더치 오븐 처리에 관한 부탁까지 남길 정도로 어머니들에게는 식구들의 삶과 직결된 소중한 물건이다.


재질이 무쇠인 이유로 뚜껑을 덮고 음식을 익히면 재료에 열을 고루 전달해 음식이 한층 맛있게 완성되는데 고기를 넣은 스튜, 고기구이, 빵이나 파이까지 모두 알맞게 익혀내는 만능 냄비다. 닭을 튀기면 튀김옷이 타지 않으면서 속까지 완전히 익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무거운 뚜껑의 무게로 인해 압력솥과 같은 효과를 내는데, 원 재료의 수분만으로 조리되고 기름기 없이 찜요리를 완성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야외용 더치 오븐의 뚜껑 위에는 숯을 올릴 수 있도록 가장자리에 테두리가 둘러져 있어 그야말로 야외에서 오븐의 기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도록 한다. 또한 뚜껑은 뒤집어 불 위에 놓고 프라이팬 대신으로 사용할 수 있는 만능 냄비이다.

아직도 미국에서는 결혼선물로 더치 오븐을 주는 문화가 있는데, 이는 전통을 기리는 마음뿐만 아니라 오랜 시간을 불로 단련되어 더욱 강하고 멋진 무쇠냄비로 변하는 모습이 우리 삶과 닮은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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