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필리핀에 버려진 한국아이들

2013-11-08 (금)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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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창수 전 흥사단 미주위원부 총무

명암이 교차한다. 1964년 연간 수출 1억 달러. 현재 한달 수출 500억 달러. 젊은 날 수출전선에서 뛰었던 나로서는 감회가 뜨겁다. 그런데 지난주 TV 뉴스를 보고 충격에 빠졌다. 필리핀에 버려진 한국 어린이가 2만 여명. 그들은 영락없는 한국 어린이다. 어린이를 안고 있는 필리핀 미혼모를 바라볼 때, 무서운 생각이 들었다. 이러고도 과연 한국이 축복받을 수 있을까.

지금 우리는 일본과 위안부 문제로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곳곳에 기림비와 소녀상을 세우며 반인륜적 죄악에 대해 사죄를 촉구하고 있다. 또한 일제 강점기에 근로정신대에 끌려가 강제노역을 한 분들은 피해에 대한 배상소송을 제기하고 있다. 일본은 좀처럼 자국의 잘못된 과거사를 인정치 않는 속성을 갖고 있다.

필리핀 거리에 버려진 어린이 2만 여명에 미혼모, 그 주변을 헤아리면 숫자가 엄청나다. 한국인의 도덕성에 치명적이다. 한류에 들떠있는 동안 이런 어두운 일이 뒤에 숨겨져 있었다니 부끄러운 일이다.


한국은 1960년대 일본의 생산기지 역할을 했다. 일본인 상대 기생파티와 현지처라는 말이 많이 들렸다. 일본 남편이 한국에 출장가려 하면 이혼하고 가라는 부인도 있었다. 그럴 정도로 심각했다. 당시 일본시장을 담당했던 나는 일본인들에게 사생아가 있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 일본 남성들을 상대하는 여성은 대부분이 직업여성들이었다.

한국이 필리핀의 혼혈 어린이와 미혼모들을 품어 안아야 한다. 지금 한국은 저출산 시대를 맞고 있고, 많은 노동력을 해외에 의존하고 있다. 사회 구성도 다인종 다문화로 바뀌어가고 있다.

한국에 가보면, 못사는 나라 출신이라고 홀대하고 심지어 미주 한인들조차 우습게 보는 인사들이 가끔 있다. 사회가 이런 행동에 특별한 관심을 기울이고, 국익에 위배되는 행동들을 자제하게 해야 한다. 이제 한국의 삶의 터전은 한반도만이 아니다. 한국인이 뿌리내리고 있는 곳이면 어디든지 한국의 터전이다. 한국인들이 세계 각처에서 계속 무책임하게 부끄러운 자화상을 만들고 주변의 원망과 원성을 산다면, 결과는 자명하다.

일본은 20년 전부터 전 국민을 재교육시켜왔고, 전 국토를 생산기지로 만들었다. 아베노믹스 정책 이후 발걸음이 무척 빨라진 모습을 본다. 요즘 같은 불경기에도 공사도중 돈이 부족하면 쉽게 융자받는 것을 보며 그들의 신용도가 여전히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중국은 20-30년 전만 해도 해외 자본유치에 혈안이었다. 지난 후진타오 집권 10년 동안 중국은 천년의 왕국을 세울 준비를 착실히 해왔다. 이제 중국의 위상은 달라졌다. 한국에는 ‘국가경영’ ‘민족경영’의 청사진이 없어 보인다. 심히 안타깝다.

이당 안병욱 선생님께서 한달 전 93세의 일기로 천수를 다하셨다. 1960년대 한국은 전쟁의 폐허로 최빈국이었다. 그 위에 선생은 ‘도전정신’ ‘긍정적인 사고’ ‘하면 된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외치셨다. 선생의 말씀은 항상 앞서고, 미래지향적이었다. 오늘날 한국의 번영이 이런 메시지에 힘입었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필리핀 땅에 버려진 어린이들을 통해 반성하고, 선생의 메시지를 되새기며 성숙한 한국인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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