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경제칼럼/ 밥값도 못하는 회계사

2013-11-01 (금)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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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주한 <공인회계사>

내가 처음 회계사를 시작했던 24년 전. 당시에는 많은 것을 기억해야 했다. 복잡한 세율이나 세금 감면 규정들을 잘 외우고 있어야, 일도 빨랐고 승진도 빨랐다.
어디 그 뿐인가? 손님 회사의 매출액 같은 과거 실적들을 줄줄이 외우고 있어야 능력 있는 회계사였다. 기본적인 자료 기억도 없이 손님들을 만난다는 것은 거의 자살이었다.

그런데 요새 젊은 회계사들은 그런 긴장감이 없다. 옛날 같은 빠릿빠릿한 절박함도 없다. 나는 식당 화장실에 가서 쪽지를 다시 보고 와서 손님과 대화를 이어간 적도 있었다. 밥값은 해야지 않는가?


내 사무실에는 정식 회계사(CPA)가 둘 있다. 손님과의 식사 자리에 그들과 함께 가기도 한다. 그런데 내년에 법인세율이 어떻게 바뀌는지도 모르고, 작년에 얼마의 세금을 냈는지도 모른다면 밥값이나 제대로 하겠나?

물론 세상이 바뀌었다. 세금 계산 프로그램들은 얼마나 좋은지 척척 알아서 해준다. LLC로 바꾸거나 다른 주로 법인을 옮기면 얼마의 세금을 줄여주는지 바로 시뮬레이션을 해준다. 그래서 피곤하게 머릿속에 넣을 필요가 없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밥값이라도 하려면 법인세율 정도는 외우고 있자.

손님이 비싼 것 좀 더 시키라고 할 만큼 일을 하고 싶다. 손님이 ‘하는 일이 뭐가 있냐?’고 느낀다면 잘못돼도 한참 잘못 된 것이다. 밥값은 하는 회계사인가? - 오늘도 스스로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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