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길을 가다
2013-10-29 (화) 12:00:00
군데군데가 다 해진 골덴 바지에
얼룩진 셔츠에
내가 옷을 모시고 살았다는 말이 더 맞을 차림새로
휴일 출근을 한다
30년이나 변심 없이 나를 지켜준 노동에
오히려 내가 보답하기 위해 가는 길
주일을 지키러 줄지어 교회로 가는
열성 신도들의 발걸음인 양 가볍다
길가에 흐드러진 개나리, 벚꽃들도
몇백 년째의 수행인지 함께 따라간다
먼 길을 마다 않고 간다.
한 노동자가 일요일 아침 일터로 간다. 낡은 작업복을 입고 즐겁게 일터로 간다. 더러는 쉬고 더러는 교회를 가고 더러는 소풍을 가는 휴일, 한 노동자가 일터로 간다. 어렵게 살아온 지난날에 보답하는 마음으로 출근을 한다. 길가의 꽃들도 그를 따라간다. 30년 그에게 노동만을 요구한 일터, 그 속에서 그는 득도를 하고 만 것이다. 얼룩진 셔츠에 가벼운 발걸음, 신이 그와 함께 계시지 않으시면 어디 계시겠는가.
임혜신(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