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대머리 없는 세상’ 서광이 보인다

2013-10-28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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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머리털 재생 성공’ 논문발표에 기대감

▶ 드디어 서광이 보이기 시작했다. 지난 월요일자 PNAS 저널에 실린 한편의 논문은 세계 만국의 대머리들을 기대와 흥분 속으로 몰아넣기에 충분했다. 과학적으로 효과가 입증된 발모제나 탈모 치료법이 개발됐다는 소식만큼 대머리족의 가슴을 뜨겁게 만드는 뉴스도 드물다. 최첨단 기술이 초단위로 발전하는데 비해 사라진 머리털을 복원하는 작업은 아직도‘원시적 수준’에

세포이식 통한‘대량의 모낭 배양’ 성공
쥐 실험 통해 털이 자라나는 것 확인
기존의‘머리털 심기’와 전혀 다른 방식


머리털은 모낭에서 자란다. 모낭이 없으면 머리털도 없다. 대머리를 치료하자면 결국 모낭을 만들어야 한다는 결론이다.

기존의 모발이식 수술은 환자의 머리 뒤쪽의 모낭을 두피의 다른 부위에 옮겨 심어 머리털이 나오도록 하는 방식이다. 흔히들 말하는 ‘머리털 심기’다. 뒤쪽의 모낭을 헐어 앞쪽으로 옮기는 ‘제로섬’ 방식이다. 모낭의 총합은 늘어나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러나 PNAS 저널에 실린 논문은 이식된 공여세포(donor cells)를 이용해 인체에 새로운 모낭을 만드는데 성공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힌트는 쥐에게서 나왔다. 쥐를 비롯한 설치류는 잃어버린 털을 재생하는 능력을 지녔다. 반면 숱한 실험에도 불구하고 과학자들은 인체의 모발 재생에 실패했다.

이번에 연구진은 인간의 살갗에 털이 자라도록 유도하기 위해 실험실에서 설치류 세포의 행태(behavior)를 그대로 시뮬레이트(simulate)하는 모의실험 방식을 사용했다.

연구원들은 기증받은 진피 유두 세포(dermal papillae cells)를 실험실에서 배양해 공 모양의 구체로 뭉쳐지도록 했다. 과거 실패한 실험의 경우 공여세포는 편평한 표면에서 배양됐다.

새로운 털이 자라기에 앞서 설치류 세포들이 서로 뭉쳐 원형체를 형성한다는 사실에 착안한 연구진은 인간 세포도 이와 유사한 구형으로 뭉치면 발모를 지원할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가정했다.

인간의 체세포를 편평한 표면에서 배양하면 털 재생에 필요한 세포 사이의 신호를 포착하고 소통하는 능력을 상실하게 된다는 가정이다.

이 같은 가설을 테스트하기 위해 연구진은 모낭의 근저 세포를 기증받아 실험실에서 구형으로 배양했다. 이어 유아 포경수술을 통해 귀두에서 잘라낸 포피에 실험실에서 구형으로 배양한 진피세포를 이식했다.

이 같은 과정을 거친 포피는 다시 실험실 쥐의 등으로 옮겨졌다. 실험은 성공적이었다. 일곱 번의 테스트 가운데 무려 다섯 차례에 걸쳐 쥐에 이식된 유아 포피에서 털이 자라났다.


과학자들이 유아 포피를 실험에 이용한 이유는 간단하다. 유아 포피에는 자연 상태의 모낭이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포피에서 털이 자란다면 이는 이식된 진피세포가 모낭을 만들어냈다는 사실을 뜻한다.

이 방식은 기증받은 몇백 가닥의 털을 이용해 새로운 모낭을 대량으로 만들거나 기존의 모낭이 활기를 되찾게끔 유도한다. 기존의 머리털 심기와는 차원이 다르다.

머리털 결핍으로 열등감에 시달리던 숱한 사람들에게 ‘고민 끝, 만족 시작’의 해법 가능성이 제시된 셈이다.

이에 대해 컬럼비아 대학 세포피부학과 부교수인 안젤라 크리스티아노는 “여성형 탈모증이나 반흔성 탈모증으로 시달리는 사람들은 새로운 모낭 생성방식으로 머리털 결핍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낙관했다.

영국 더햄 대학 줄기세포 과학부 교수인 콜린 조호다는 인체에 대한 임상실험까지는 아직도 몇 단계의 추가실험을 거쳐야 하지만 이제까지의 결과는 대단히 고무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연구로 “모낭을 지닌 대체 피부생성이라는 궁극적 목표에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갔다”며 “앞으로 심각한 탈모 증세에 시달리는 개인은 물론 화상환자들의 모발 생성에 크게 기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타임스 특약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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