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우리 집 땅 밑은 내 소유가 아니라니…

2013-10-24 (목)
크게 작게

▶ ■지상-지하 부동산권 분리매매에 황당

▶ 원유매장 많은 텍사스주 등서 행하던 관례 최근‘미래 에너지’셰일개스 개발 붐 타고 건설업체들, 지하 채굴권은 빼고 판매 급증 바이어에‘분리매매’공개의무 없어 큰 피해

내가 살고 있는 집 지하로 원유 채취용 설비가 지나가고 있다면 느낌이 어떨까? 주택이나 지반이 훼손되지나 않을까 싶은 우려에서부터 수질 및 토양 등 환경오염에 대한 우려까지 불안감이 커질 것이다. 게다가 자칫 집값이 떨어질 수도 있다는 걱정도 피할 수 없다. 최근 셰일개스 개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이같은 우려가 현실화 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주택건설 업체들이 신규 주택을 지어 분양하면서셰일개스 매장지나 매장지로 추측되는 지역에는 지상에 해당하는 부동산권만 매매하는 사례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지하 채굴권은 보유하고 있다가 관심 있는 에너지 개발 업체 측에 향후 임대 또는 매매형태로 처분하기 위한 목적의 보유로 볼 수 있다. 로이터통신은 주택개발업체들의 이같은 행태가 갈수록 더욱 노골적이고 광범위한 지역에 걸쳐 진행되자 최근 기사를 통해 신규주택 구입자들의 주의를 당부하고나섰다.

◇지하는 내 땅이 아니라고?

로버트 데이비슨, 줄리 데이비슨부부는 2년 전 플로리다 네이플스 지역의 골프장 인근 주택을 구입한 뒤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스패니시 스타일의 건축양식에 페어웨이를 등지고 있어 전망이 좋았고 높은천장 구조에 내부도 탁 트인 디자인이라 새 집은 부부의 마음에 흠뻑 들었다. 침실 3개짜리인 이 집을 2011년 약 25만5,000달러에 구입한 부부는 최근 부동산 재산권과 관련된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된 뒤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었다.


골프장 전망을 지니고 있고 비교적 잘 알려진 주택건설 업체로부터저렴한 가격에 구입했다고 생각하고있었는데 구입가격에는 건물과 대지가 위치한 지상에 대한 소유권만 포함되고 지하에 대한 소유권은 여전히 분양업체에 있음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이같은 사실은 최근 실시된로이터 통신의 자체 조사를 통해 부부에게 알려졌다.

대형 주택건축 업체들이 주택 구입자들에게 적절한 사전 공지 없이지하에 해당하는 부동산 재산권을주택 매매 때 은근슬쩍 제외시키는관행이 만연하는데 따른 조사였다.

로이터 통신은 최근 25개주의 카운티 재산권 관련 자료를 검토한 결과데이비슨 부부 사례처럼 구입자에게적절한 공개 없이 지상권만 매매된사례가 상당수에 이르는 것으로 밝혀졌다.

◇일반적으로 ‘지하, 지상, 공중권’ 모두 포함

부동산을 구입하게 되면 대지 경계선에 포함되는 지하, 지상은 물론공중의 권리까지 구입자의 부동산 재산권에 포함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따라서 부동산 구입 후 지하에서 원유 등이 발견되면 당연히 부동산 구입자에게 채취권을 포함한 소유권이돌아가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미래 대체에너지’로 급부상한 셰일개스가 미국 전역에서 발견되면서 소위 ‘광업권’ 또는 ‘채굴권’으로 불리는 지하권을 포기하지 않으려는 주택개발 업체들이 늘고 있다.

최근 수년간 셰일개스 생산량이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셰일개스 매장지로 추정되는 지역에서 주택개발업체들의 지하권 제외 사례가 더욱두드러지고 있다. 주택개발 업체들은주택개발 예정지로 이미 구입한 대지에 주택을 건설해 분양하면서도 지하권은 매매하지 않고 에너지 개발업체들로부터의 ‘러브 콜’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텍사스, 오클라호마 등 전통적으로원유 매장량이 많은 지역은 예전부터 부동산 매매 때 지하권을 분리해매매하는 관례가 있었지만 셰일개스개발 붐 이후 덴버, LA 등 대도시에서도 분리 매매에 나서는 주택개발업체가 많아졌다. 이처럼 향후 지하에 매장된 것으로 추정되는 셰일 개스 등의 매각을 염두에 두고 지상권과 지하권을 분리해 매매하는 주택개발 업체 중에는 이름만 대면 알만한 대형 업체가 많이 포함되어 있다.

◇텍사스 본사 업체 대표적

로이터 통신의 조사에 따르면 이처럼 지하권을 분리해 매매하는 주택개발 업체 중에는 텍사스에 본사를두고 있는 한 업체가 대표적이다. 대형 주택건설 업체 중 한 곳인 이 업체는 텍사스주는 물론, 가주, 네바다,애리조나, 유타, 아이다호, 콜로라도,워싱턴, 뉴멕시코 등 전국 대부분의주에서 개발 분양한 일부 주택 중 셰일개스 매장지에서는 지하 채굴권을매매에 포함시키지 않았던 것으로나타났다. 특히 플로리다주에서는 약1만여곳에 해당하는 부지에서 주택매매 때 지하 채굴권이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로이터 통신이 밝혔다.

콜로라도 주립대의 로이드 버튼 법대교수는“ 신규주택 구입 바이어들에게 심각한 문제가 될 수도 있는 사안”이라며“ 바이어들이 주택 구입 때 지하 채굴권까지 확인하는 경우는 거의드물고 정부 차원에서 이를 알리려는노력을 찾아보기 힘들다”고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그러나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주택건설 업체들은 지하 채굴권을 포함시키지 않고 부동산을 매매하는 관행에 대해 별 문제될 것이 없다는 반응이다.

실제로 주택판매 때 셀러가 지하채굴권을 포함시키는 지에 대한 공개의무를 두고 있지 않는 주가 대부분이다. 주택분양 업체 측이 관련사실을 구매 계약서 또는 등기서류에 포함시킨다고 하더라도 제대로 발견해내는 바이어가 드문 것도 큰 문제라고 할 수 있다.

◇‘불안감’ 가장 큰 피해

업계에 따르면 셰일개스를 추출하는 기술로는‘ 수압 파쇄법’ (hydraulicfracturing)과‘ 수평 시추법’(horizontaldrilling) 등이 사용된다. 이 기술들은원거리에서 지하 깊숙이 파고 들어가 셰일 속에 매장된 석유와 천연개스 등을 추출하는 방식으로 주택건물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한 것으로알려졌다. 그러나 만약 추출이 시작될 경우 발생할 것으로 우려되는 환경오염에 대한 문제가 현재 가장 심각하게 대두되고 있다.

수압 파쇄법의 경우 많은 양의 물을 사용하고 일부 화학물질까지 동원해 추출하는 기법으로 수질오염은물론 토양오염과 대기오염까지 불러올 것으로 우려된다. 현재 보고된 오염 피해사례는 없지만 업계와 학계에서는 셰일 추출기법과 관련된 환경오염 문제에 대한 토론이 한창 진행중이다.

환경오염에 대한 건강상의 문제 외에도 재정적인 피해도 우려된다. 만야 지하에 묻힌 천연 자원에 대한 채굴작업이 시작됐거나 시작될 예정일경우 신규 모기지 발급이 거절돼 주택 처분이 힘들게 되고 기존 융자에대한 재융자 신청도 쉽지 않다.

또 추출작업으로 주택 구조물에훼손이 발생할 경우 주택건물 보험에 의한 보상을 받기 힘들고 타이틀보험 가입 때에도 불이익이 예상된다.


<준최 객원기자>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