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넷플릭스 신화

2013-10-23 (수)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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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디오 가게에서 한 보따리씩 테입을 빌려 밤새도록 한국 드라마를 보던 시절이 있었다. 한인들은 한국 드라마의 재미에 빠져 날 가는 줄 몰랐고 비디오 가게 주인들은 쏟아져 들어오는 돈을 주체할 줄 몰랐다. 80년대와 90년대 이야기다.

미국 사람들도 비슷했다. 집집마다 VCR이 없는 집이 없었고 골목 하나 건너마다 비디오 가게가 있었다. 그러나 미국 비디오 가게와 한국 비디오 가게는 수익 모델에 차이가 있었다. 한국 비디오 가게가 드라마를 주종으로 물량 공세로 돈을 벌었다면 미국 가게는 정한 날짜에서 하루라도 늦게 돌려주면 부과하는 연체료가 주 수입원이었다. 이‘late fee’가 비디오 가게 몰락의 씨가 되리라고는 당시 아무도 생각지 못했다.

1997년 북가주에서 수학 교사를 하던 리드 헤이스팅스는 탐 행크스 주연의‘아폴로 13’을 빌렸다가 늦게 돌려주는 바람에 40달러의 연체료를 냈다. 렌트 비의 몇 배에 달하는 이 터무니없는 요금에 분노한 그는 연체료 없는 세상을 꿈꾸고 그 해 8월29일 직원 30명으로 우편배달 비디오 렌트 회사를 차린다. 그 때 막 나온 DVD가 이를 가능케 했음을 물론이다.


처음에는 DVD 한 장을 빌릴 때마다 일정액을 받았으나 곧 이를 한 달에 얼마를 내면 제한 없이 빌릴 수 있는 방식으로 바꾸고‘late fee’도 없앴다. 사람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시대의 흐름을 잘못 읽고 2000년 5,000만달러에 넷플릭스를 사라는 오퍼를 거절한 미국 최대 비디오 체인 블록버스터는 적자를 감당하지 못하고 결국 파산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넷플릭스는 우편배달의 강자에 만족하지 않고 스트리밍 서비스 시장에 뛰어들었다. 미래는 우편배달이 아니라 브로드밴드에 있다고 본 것이다. 이제는 3,100만명의 미국인이 넷플릭스를 통해 스트리밍으로 영화를 본다. CBS, ABC, NBC, 팍스 등 4대 방송을 제외하고는 최대 규모다. 월 7달러99센트만 내면 무제한으로 볼 수 있으며 요즘은 한국 영화도 웬만한 건 다 있다. 이미 최대 영화 구매자의 하나인 넷플릭스는 영화를 사는데 만족치 않고 직접 제작까지 하고 있다. 이 회사가 만든‘House of Cards’는 TV로 방영되지 않고 바로 넷플릭스를 통해 상영된 시리즈로는 처음 에미상을 받았다.

이처럼 넷플릭스가 인기를 끌자 주가도 폭등하고 있다. 올 들어서만 300%가 올라 S&P 500 기업 중 최대를 기록했다. 이같은 주가 폭등에 우려를 보내는 시각도 많다. 매출은 11억달러로 늘었지만 수입을 영화 제작 등에 쏟아 붓는 바람에 순익은 700만달러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넷플릭스는 이미 2011년 300달러까지 올랐다 50달러로 폭락한 전력이 있다. 22일에도 그동안 너무 올랐다는 투자가들의 우려가 반영된 듯 하루 10%가 폭락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수익을 희생해 가며 시장 점유율을 높이는데 전력투구해 성공한 아마존을 예를 들며 이것이 올바른 전략이라고 말한다. 과연 넷플릭스가 인터넷 시대의 영화 배급사 선두주자 자리를 계속 지켜갈 수 있을지 관심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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