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요즘 주택 샤핑할 만한 이유 있었네

2013-10-17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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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값 올랐지만 모기지 금리 안정세 투자자 발 빼면서 매물난 숨통 트여 일부지역 2~3배 늘어 고르는 재미도

주택가격이 1년 만에 무려 10% 이상이나 오른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달 24일 발표된 7월 S&P케이스-실러 지수는 지난해 같은 달 대비로 약 12.4% 상승, 종전 발표된 여러 가격 지수의 상승세를 확인시켜 줬다. 주택가격 상승세가 1년 사이 10%대를 웃도니 일부에서는 간만에 찾아온 주택 구입 기회가 사라지는 것 아니냐는 아쉬움이 많지만 그렇지 않다. 지속적으로 상승하던 모기지 금리가 진정세를 보이고 있고 가을철 비수기로 접어들면서 주택 가격 상승폭도 줄어드는 모습이다. 모기지 금리는 장기간 유지됐던 사상 최저 수준에서 조금 올랐을 뿐 과거 평균 대비 여전히 매우 낮아 모기지 금리 기준만으로는 지금 집을 사도 전혀 손해가 없다. 그간 주택 임대료가 전국적으로 가파르게 오른 탓에 가능하다면 주택을 구입하는 편이 장기적으로 임대보다 훨씬 유리하다.

■주택 구입 경쟁 완화

올 상반기 주택시장에 휘몰아 친 극심한 주택 구입 경쟁이 한층 완화됐다. 가장 큰 요인으로는 실수요 구입자들의 주택 구입을 힘들게 만들었던 투자자들이 주택시장에서 대거 발을 뺐기 때문이다. 주택가격이 오르면서 임대 수익이 줄자 투자자들의 주택 매입 활동이 일시에 중단된 것이다.


동시에 씨가 마른 것처럼 보였던 매물이 여름철 성수기를 거치면서 급증하고 있어 올해 초와 같은 주택 구입 경쟁은 이제 찾아보기 힘들다. 그동안 주택 구입 경쟁에서 번번이 밀려나 잠시 ‘휴식’ 중이라면 지금이야 말로 치열한 경쟁을 피해 마음껏 매물 샤핑을 즐길 수 있는 절호의 타이밍이라고 할 수 있다.

■모기지 금리 하락

주택시장 회복세의 발목을 잡을 것처럼 여겨졌던 모기지 금리의 지속적인 상승세가 진정 양상이다. 모기지 대출 수요가 하락하는 비수기로 접어들면서 모기지 금리 오름세가 진정되기 시작한데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당분간 양적완화를 유지키로 결정함으로써 금리는 오히려 하락세로 돌아섰다. 모기지 금리가 오르면서 주택 구입을 포기했거나 구입 능력을 상실했다면 다시 주택 구입에 나설 수 있는 기회로 여겨진다.

지난해 말 30년 만기 고정 금리는 약 3.35%로 사상 최저치를 기록한 뒤 이후 서서히 오름세를 보이다가 지난달 초 약 4.57%까지 치솟은 바 있다. 이후 다시 하락세로 돌아서더니 9월 마지막 주에는 약 4.32%로 떨어졌는데 전문가들은 연준의 양적완화 유지 결정이 지속되는 한 금리가 추가 하락할 것으로 예측중이다. 반면 경기 회복세 여부에 따라 이르면 올 연말 양적완화가 당초 예정대로 축소될 가능성도 남아 있어 모기지 금리 역시 영향을 받아 재상승이 전망된다.

■구입이 여전히 유리

모기지 금리가 낮고 주택가격이 오르기 전인 지난해와 비교할 때 ‘주택 구입 대비 임대비용’이 다소 오른 상태다. 그러나 전국 대부분의 지역에서 여전히 주택 구입비용이 임대비용보다 저렴하기 때문에 가능하다면 임대보다는 집을 구입하는 편이 유리한 시기다. 특히 대도시 인근에서 주택을 임대 중이라면 주택 구입이 임대보다 훨씬 유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터넷 부동산 업체 트룰리아닷컴의 발표에 따르면 올 여름(6~8월) 전국 100여곳 대도시의 주택 구입비용과 임대비용을 조사한 결과 주택 구입이 임대 때보다 약 35% 저렴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 기간은 주택 가격과 모기지 금리가 본격적으로 오른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주택 구입이 여전히 유리한 것으로 나타나 주목된다.


가주에서는 오렌지카운티의 주택 구입비용이 임대보다 약 20%, LA의 경우 약 21%씩 낮았다. 트룰리아닷컴에 따르면 두 지역의 모기지 금리가 각각 7%와 7.3%를 넘지 않는 한 주택 구입이 유리할 것으로 전망됐다.

■ ‘골라 사는 재미’ 쏠쏠

올 초부터 진행된 주택시장의 매물부족 사태가 최근 드러매틱한 변화 양상이다. 주택 구입을 갖춘 바이어들 사이에서도 매물 품귀현상으로 집을 사지 못한다는 아우성이 최근까지도 터져 나왔다. 그러나 주택가격 상승과 더불어 매물이 하나 둘씩 나오면서 매물 가뭄 사태는 진정 기미다. 오히려 일부 지역에서는 연초 대비 매물량이 2~3배가량 증가하면서 바이어들에게 ‘골라 사는 재미’를 제공하고 있다.

트룰리아닷컴의 조사에 따르면 전국 주택 매물량은 8월까지 7개월 연속 상승세로 약 200만7,000채(연환산 기준) 수준이다. 1월 대비 약 5.1% 증가했고 지난해 같은 시기와 비교해도 약 6% 정도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전국부동산중개인협회’(NAR)에 따르면 8월 중 매물량은 현재 거래 속도를 감안할 때 약 5개월 정도의 시장 대기기간을 보이고 있는데 대기기간이 6개월을 초과하면 바이어스 마켓으로 간주된다.

그렇다고 주택시장의 주도권이 조만간에 다시 바이어한테 넘어갈 것으로 보는 시각은 그리 많지 않다. 매물이 늘고 있지만 침체기 매물 증가와 다른 양상이기 때문이다. 침체기 때 쏟아져 나온 매물은 대부분 가격폭락을 견디지 못한 차압 및 숏세일 매물들로 가격 하락을 부추겼다. 그러나 최근 증가세인 매물은 주택가격 상승으로 인한 요인이 크다.

주택가격 반등으로 수면 위로 오른 ‘깡통 주택’ 소유주나 가격 상승폭이 커 매매 차익까지 노린 셀러들이 많아 매물이 늘어도 주택가격 하락으로까지 이어질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분석이다.

■ ‘부동산 테크’ 적기

부동산 구입은 미래에 대한 투자로 볼 수 있다.

역사적으로 부동산 가치 상승률이 인플레이션 상승률을 항상 웃돌았기 때문에 부동산 구입은 인플레이션 헤지 효과도 지니고 있다. 두 가지 점만 감안해도 현재가 주택 구입의 최적기로 여겨진다.

모기지 이자율은 과거 대비 여전히 현저히 낮아 대출비용을 장기간 낮은 수준에서 묶어둘 수 있는 절호의 찬스다. 주택가격 역시 지난해보다 큰 폭으로 올랐지만 주택시장 사이클에 비춰볼 때 이제 막 장기 상승기를 시작했다고 볼 수 있다.

주택 구입 후 장기간 보유할 계획이라면 주택가격 상승에 따른 가치 상승과 모기지 페이먼트 상환에 따른 주택 가치 축적 등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는 시기가 바로 지금이다.


<준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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