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강남 3구 재건축발 전세대란 심각

2013-10-17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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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주 수요 9,060가구에 신규 입주물량 3,746가구 그쳐

강남 3구 재건축발 전세대란 심각

가뜩이나 전세 물건은 부족한 상황에서 재건축으로 인한 이주 수요 증가로 전세대란이 심각해 지고 있다. 강남의 한 아파트 단지. <뉴시스>

서초동 삼호아파트 전용 120㎡형에 2억5,000만원짜리 전세를 살고 있는 이모씨는 요즘 밤잠을 설치고 있다. 아파트 재건축 사업이 막바지에 이르러 이달 말부터 내년 2월 말까지 이주하라는 공고가 나붙으면서 인근 아파트 시세를 알아본 뒤부터 걱정이 태산이다. 가까운 아파트의 비슷한 평형대 전셋값이 4억~4억5,000만원 선이라고 해서 그 돈을 어떻게 마련해야 하나 고민하던 중 며칠 만에 5억원까지 뛰었고 그나마 매물이 없다는 공인중개사의 얘기를 듣고 앞이 캄캄했다. 딸아이가 초등학교 4학년이라 멀리 이사 갈 형편이 아니기 때문에 주변 아파트를 구할 경우 수억원을 대출 받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상황이다. 재건축발 전세대란이 심각한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수도권 전셋값이 59주 연속 오르면서 사상 최장 기록 경신을 눈앞에 두고 있는 가운데 서울 강남ㆍ서초ㆍ송파구와 경기 과천 일대의 재건축 사업이 속도를 내면서 전셋값 상승을 부채질하고 있다. 전세 수요가 많은 강남 일대에서 재건축에 따른 이주가 잇따를 것으로 전망되지만 신규 입주 물량은 턱없이 부족해 재건축발 전세대란이 향후 1~2년간 지속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세 물건 부족한데 재건축 이주 수요로 전세가 변동률 확대

11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올해 말까지 강남ㆍ서초ㆍ송파 등 이른바 강남3구에서 재건축에 따른 이주 및 이주 예정 가구 수는 9,060가구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강남구에서는 역삼동 개나리6차(276가구), 대치동 청실아파트(1,378가구), 논현동 경복아파트(308가구) 등이, 서초구에서는 반포동 신반포한신1차(790가구), 잠원동 대림아파트(637가구), 서초동 삼호1차(708가구) 등이, 송파구는 가락동 시영1ㆍ2차(6,600가구)가 이주가 이뤄졌거나 앞두고 있다.


반면 이들 3개 자치구에서 올해 입주한 신규 아파트는 3,746가구에 불과하고 그나마 대부분 재건축 단지와는 거리가 떨어져 있는 강남ㆍ서초보금자리지구나 서초동 우면지구 내 공공아파트였다.

이처럼 수급 불균형이 심화되면서 강남ㆍ서초 일대 아파트 전셋값은 폭등세를 보이고 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최근 2년 새 전셋값 변동금액이 가장 큰 서울지역 아파트 10곳 모두 강남3구 내 단지였다. 반포동 ‘반포리체’ 138㎡형은 이 기간 동안 9억7,500만원에서 11억8,500만원으로 2억1,000만원이나 올랐고 송파구 잠실동 ‘리센츠’ 84㎡형도 4억8,500만원에서 6억5,000만원으로 1억6,500만원이나 뛰었다.

이들 단지의 전셋값이 폭등한 것은 전세의 월세전환이 늘면서 전세매물이 부족한데다 우수한 학군에 따른 전세수요가 기본적으로 많은 지역적 특성 탓도 있지만 인근 재건축 단지의 이주 수요가 유입되면서 전세가 변동률을 확대시켰다는 분석이다.

◇재건축 대상 단지 이주시기 조절 필요

문제는 이 같은 재건축발 전세대란이 내년 이후에도 계속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현재 강남ㆍ서초구에는 잠원 한신5ㆍ6차와 반포 한양, 서초 우성1~3차 등이 사업시행인가를 거쳐 건축심의ㆍ관리처분계획 인가 절차를 밟고 있는 등 이주가 시작될 재건축 단지가 줄줄이 대기 중이다. 내년에 강남구와 서초구의 입주 예정 물량은 총 5,511가구로 적지 않지만 대부분 의무거주기간이 있는 내곡ㆍ세곡지구 등지의 공공아파트라는 점에서 전세난 해소에는 한계가 있다.

여기에 강남3구뿐 아니라 재건축 사업이 속도를 내고 있는 강동구 고덕주공3단지와 경기 과천주공1ㆍ6단지도 이르면 내년 하반기부터 이주가 시작될 예정이어서 해당 지역뿐 아니라 인근 지역의 전셋값 상승을 부추길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내년부터 총 5,048가구가 순차적으로 이주하는 과천의 경우 원문동 ‘래미안 슈르’ 84㎡형의 전세가격이 2년 전 3억5,000만~4억원에서 현재 5억5,000만~6억원 선으로 크게 오르는 등 전세난이 심화되고 있다.

동시다발적인 재건축에 따른 주택 감소로 발생한 강남ㆍ서초 일대 전세난은 신축 아파트의 입주 때까지는 해소할 수 있는 뾰족한 방법이 없다. 게다가 아파트 전셋값 상승이 연립이나 빌라 등 다가구ㆍ다세대 주택으로 확산되면 서민 주거안정을 해칠 수 있기 때문에 지자체 차원의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김현아 건설산업연구원 건설경제연구실장은 “재건축에 따른 이주 물량을 조절하는 것 외는 방법이 없기 때문에 앞으로 개포주공 등 재건축 대상 아파트의 이주시기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며 “연간 이주물량을 3,000~4,000가구 정도로 묶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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