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집 사는 게 유리한데$ “그냥 임대할래” 왜?

2013-10-17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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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택 소유율 65%로 18년래 최저인 이유들

▶ 차압에 혼쭐나서…“대출도 안 되고 다신 집 안 사” 취업 안 되는데…부모집 얹혀사는 젊은층 급증 무자녀·독신 가구 증가…“작은 집 렌트가 편해”

집을 사는 편이 임대하는 것보다 유리한 시기임에는 틀림없다. 온라인 부동산 정보 업체 트룰리아닷컴에 따르면 전국 100여곳 대도시에서 주택 구입이 주택 임대보다 약 35%나 저렴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택 소유율은 오히려 떨어지고 주택 구매 계약서보다 임대 계약서에 서명하는 비율은 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주택 소유율은 약 65%로 18년래 가장 낮은수치다. 주택시장 회복기의 징후라고 보기에는 다소 아이러니한 통계가 아닐 수 없다. 최근주택거래가 크게 늘어 주택 소유율도 증가하겠지만 증가폭은 크지 않고 오히려 향후 수년간 더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는 전문가도 많다. 주택 구입이 유리한 시기임이 분명한데도 주택 구입을 꺼리는 이유들을 분석해 본다.

◇차압망령 끝나지 않아

주택가격 상승의 영향으로 최근 차압이 크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0년 절정을 이뤘던 차압률은 올해 8월 2005년 12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지며 거의 해결 기미를 보였다. 통계상으로는 최악의 주택 차압사태가 해결된 듯하지만 이면에는 해결되지 않은문제점들 아직 많이 남아 있다. 차압사태와 관련, 눈에 보이지 않는 문제점들이 주택시장 회복을 여전히 위협중이다.


차압을 통해 정든 집을 잃은 주택 소유주 중일부는 차압에 좌절하지 않고 자금을 부지런히 다시 모아 이르면 차압 후 2년 내에 주택 재구입에 성공한 사례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차압 경험자들은 차압으로 인한 마음고생을 쉽게 떨쳐내지 못한다.

특히 주택 구입에 대한 자신감을 잃은 경우주택 구입을 아예 포기하고 장기 주택 세입자로 남으려는 경향이 크다. 집을 다시 사고 싶어도 차압 기록 때문에 좋은 조건의 모기지 대출이 쉽지 않은 점도 주택 구입을 가로 막는 요소다.

◇뱀파이어 좀비 주택

차압사태 후유증과 관련 최근에는 ‘뱀파이어’ 주택이 등장, 주택시장을 위협중이다. 차압매물 전문 정보업체 리얼티트랙이 최근 발표한보고서에 따르면 은행에 압류됐음에도 불구하고 직전 소유주가 여전히 거주하는 이른바‘ 뱀파이어’ 주택이 상당수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리얼리트랙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차압 주택 중 약 47%는 이같은 뱀파이어 주택이며 휴스턴, 마이애미, LA, 시카고 등지의 뱀파이어 주택 비율은 약 65%가 넘고 있다.

뱀파이어 주택은 은행이 차압 후에도 약 90일간의 거주기간을 허락한 경우, 소유주가 부당차압절차를 이유로 소송을 진행 중인 경우, 또는 은행이 주택관리 목적으로 차압 후에도 거주를 허락한 경우 등의 이유로 발생한다.

뱀파이어 주택은 현재 전국적으로 약 25만채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며 은행마저 포기해 소유권이 불분명한 이른바‘ 좀비 주택’과 함께 주택시장의 큰 위협으로 남아 있다. 좀비 주택은 차압주택의 약 20% 정도인 약 15만채로추산되며 은행의 판단 하에 뱀파이어 주택과함께 언제든지 주택시장에 저가 매물로 던져질수 있는 주택들이다.

◇임대 매물 넘쳐나


대공황에 버금가는 주택시장 침체기를 겪는동안 주택시장에 매매용보다는 임대 매물이 크게 증가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주택 임대 매물은 침체 전 대비 약 400만채가 더 주택시장에나와 있는데 이로 인해 예전보다 임대 결정을쉽게 내릴 수 있는 것도 주택 구입에 대한 의욕을 낮추는 이유로 지적된다.

대규모 차압 사태로 주택시장에 쏟아져 나온 저가 매물을 월스트릿급 투자기관까지 뛰어들어 매입 활동에 열을 올렸다. 부동산 투자자들의 손에 넘어간 주택들은 매매용 매물로 나오지 않는 대신 임대용 매물로 나와 주택 임대시장 전성기를 이끌고 있다. 집을 팔아도 모기지 대출금을 갚지 못하는‘ 깡통주택’ 소유주들도 의도치 않게 집을 임대용으로 내놓으며 주택 임대 매물 증가에 일조하고 있다.

◇‘부메랑 키즈’ 주택 구입 의욕 낮아

고실업률, 높은 학자금 대출 부담 등으로 대학 졸업 후 부모의 집에 다시 들어와 거주하는이른바 ‘부메랑 키즈’가 급속도로 늘고 있다.

부메랑 키즈가 증가하면 주택 구입 수요가 늘지 못하는 원인이 되고 오히려 주택 임대 수요를 높이는 결과를 낳는다.

적절한 시기에 직장을 구하면 부모의 집에서나와 다시 독립하려는 자녀가 생기지만 대부분 당장 주택을 구입하기보다는 임대부터 시작하기 때문이다. 퓨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18세에서 36세 사이 연령층 중 부모와 함께 거주하는 비율은 무려 약 36%로 지난 40년간 가장높은 비율을 기록했다.

◇무자녀, 독신가구 증가

무자녀이거나 독신가구가 최근 빠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무자녀 독신가구의 경우 직장근처에 거주하려는 경향이 뚜렷해 주택 보유보다 임대 비율이 높다. 또 무자녀 가구는 굳이자녀들을 위한 공간이 필요하지 않아 규모가큰 주택보다는 소형 주택을 임대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연방센서스국의 통계에 따르면 이같은 무자녀 독신 가구는 최근 전체 가구의 약 27%를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 자녀를가진 기혼 가구는 이보다 낮은 약 21%로 2000년 이후 무려 약 24%나 감소했다.

◇모기지 금리 전망 불투명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양적완화 유지 결정후 모기지 금리가 매주 하락세다. 그러나 모기지 금리 하락이 오래갈 것으로 보는 시각은 크지 않다‘. 모기지은행업협회’ (MBA)는 30년 만기 고정 금리가 내년 중 약 4.9%까지 오를 수있을 것으로 전망 중이다. 당장 주택 구입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모기지금리가 오를 것에 대한 불안감 때문이다.

온라인 부동산 중개업체 레드핀이 최근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중 약 3분의 2는 최근모기지 이자율 상승으로 주택 구입 능력이 떨어졌다고 답변했다. 약 5분의 1의 응답자는 주택 구입 능력과는 별도로 이자율이 상승하면서 주택 구입 계획을 미루고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아메리칸 드림 ≠ 주택 보유

내 집을 장만하는 것이 아메리칸 드림 실현이라는 공식이 깨져가고 있다. 향후 주택 수요에는 부정적인 추세다. 크레딧닷컴이 지난 9월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주택 장만이 아메리칸드림이라고 답한 비율은 고작 18%에 불과했다.

반면 재정적으로 안정된 은퇴생활을 누릴 수있으면 아메리칸 드림을 이룬 것이라는 답변이1위를 차지했다. 이어 부채 없는 삶이 아메리칸드림이라는 답변도 많았는데 모기지 대출이 필수적인 주택 소유와는 거리가 먼 답변이라고할 수 있다.


<준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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