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마침내 누명 벗게 된 노무현

2013-10-14 (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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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중산 자유기고가

2007년 남북정상회담 당시 국방장관으로 노무현 대통령을 수행했던 김장수 청와대 안보실장이 지난 4일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NLL포기 논란과 관련해 매우 주목할 만한 발언을 했다. 정상회담 후 열린 남북 국방장관 회담을 앞두고 노 대통령이 그에게 NLL문제와 관련해 “‘소신껏 하고 오라’고 말했고, 그 결과 소신껏 NLL을 지킬 수 있었다”고 밝힌 것이다. NLL의 진실을 누구보다 잘 아는 김 실장이 마침내 오랜 침묵을 깨고 진실을 말함으로서 지난해 10월8일 새누리당 정문헌 의원이 통일부 국정감사에서 정상회담 당시 노 대통령이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포기했다고 주장한 이후 1년여 간 지속돼 온 NLL포기 논란에 어쩌면 마침표를 찍을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싶다.

정상회담 당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악수하면서 허리를 굽히지 않아 ‘꼿꼿장수’라는 별명을 얻었지만, 18대 총선에서 비례대표로 새누리당 의원이 됐고 지난 대선 박근혜 캠프에서 국방안보추진단장을 맡은 후 점차 NLL과 관련해 다른 목소리를 내어 ‘꼿꼿장수’가 아니라 ‘기웃장수’라는 비아냥을 듣기도 했던 김 실장의 역사적 증언으로 이제 노무현은 새누리당이 뒤집어씌운 영토를 포기한 ‘반역의 대통령’이란 터무니없는 누명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됐다.

김 실장의 증언은 ‘노 대통령이 NLL 수호 원칙을 승인했다’는 국방부의 공식 답변 내용과 일치한다. 국방부는 지난 4일 민주당 전해철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서 ‘ 남북 국방장관 회담 계획 보고 시 NLL 준수 원칙하에 NLL을 기점으로 등면적 원칙의 공동어로구역을 설정한다는 입장에 따라 회담 대책과 협상 방향을 수립하고 노 대통령에게 보고했으며, 대통령이 이를 승인했다’고 밝혔다. 이는 노무현이 NLL을 포기했다는 새누리당의 주장이 허구임을 확인해주는 것이다.


비록 화법상 이의를 제기할 만한 부분이 있긴 하지만 국정원이 공개한 정상회담 대화록 어디에도 노무현이 NLL을 명시적으로 포기했다는 내용은 없다. 그럼에도 새누리당은 NLL을 둘러싼 소모적 논란을 중단할 의도가 전혀 없어 보인다. 아니 중단은커녕 오히려 논란을 확대 재생산해 지난 대선에 이어 내년 6월 지방선거에서 다시 써먹을 궁리만 하고 있다.

지난 2009년 9월10일 전국어버이연합 등 일부 보수단체 회원들이 국립 서울 현충원 앞에 김대중 전 대통령의 가묘를 만들어 놓고 낫과 곡괭이로 이를 때려 부수면서 고인의 묘를 파헤치는 끔찍한 퍼포먼스를 벌였다. 망자에 대한 예절은 시공을 초월한 동서고금의 미덕인데더구나 동방예의지국에서 망자를 능멸하는 천인공노할 만행을 저지른 것이다. 그것도 경찰이 수수방관하는 가운데 ‘어버이’의 이름으로 자행됐다.

노무현은 새누리당에 의해 영토를 포기한 만고의 역적으로 몰려 부관참시를 당했다. 총칼로 국권을 찬탈하고 독재정치를 한 것도 아닌데, 아니 민주주의를 위해 일생을 바쳤으면서도 단지 ‘내 편’이 아니라는 이유로 이미 유명을 달리 한 전직 국가원수를 능욕하는 패륜적 망동은 NLL 논란 종식과 더불어 영원히 근절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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