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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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일원 가볼만한 곳 완전정복/ 마블컬리지에이트 교회

2013-10-11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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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온정주의 갈파한 ‘코너 옆 작은 교회’

1854년 고딕.로마네스크 양식 절충 네덜란드계 교회로 완성
한때 도망간 흑인노예 돕는 지하조직 연락처 역할
‘적극적인 사고방식’ 노먼 빈센터 박사 52년 사역지 유명

오 헨리의 단편 ‘경찰과 찬송가(The Cop and the Anthem)’에서 주인공 소피는 매디슨스퀘어의 벤치에 앉아 있다가 인근 교회의 오르간 소리를 듣게 된다. 이미 여러 차례 교도소를 들락날락했던 그이지만, 은혜로운 소리를 듣고 새로운 삶을 살기로 결의한다. 하지만 그 순간, 그는 부랑죄로 경찰에게 체포되며 결심을 실천하지 못하게 된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은혜로운 오르간 소리가 울려 퍼진 교회가 바로 29번가와 5애비뉴가 만나는 지점에 자리한다. 차분한 분위기와 대리석의 단단한 외관이 인상적인 ‘마블컬리지에이트 교회Marble Collegiate Church’다. 흔히 ‘코너 옆 작은 교회(Little Church around the Corner)’라는 애칭으로도 불리는 이곳은 1854년 고딕과 로마네스크 양식을 절충시킨 네덜란드계 교회로 완성되었다. 그러던 것이 이후 도망간 흑인 노예들을 돕는 지하조직의 연락소 역할을 거쳐, 현재는 미 협동교회의 한 분파로 바뀌었다.


사실 이 교회는 ‘적극적인 사고방식(The Power of Positive Thinking)’이란 책으로 유명한 작가 겸 목사 노먼 빈센트 필 박사가 활동하던 곳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이곳에서 52년간이나 사역하며 다양한 사회 활동을 펴온 그는 긍정적 사고방식과 종교, 사회를 바라보는 온정주의를 갈파해 많은 이들을 감화시켰다. 현재 이 교회의 일각에는 그의 동상까지 자리해 그 뜻을 추모하고 있다.

금욕.세속 길 하나 건너로 맞닿아 있어
■ 에로틱 아트와 성문화 연구의 중심지, 섹스 박물관

마블컬리지에이트 교회에서 길을 가로질러보면, 이와 180도 다른 색깔의 명소에 눈길이 머문다. 큰 글자로 ‘museumofsex’라 쓰여져 있는 ‘섹스 박물관’이 주인공이다. 2002년 10월 에로틱 아트와 성문화 연구의 거점을 표방하며 문을 연 이곳은, 특색 있는 뮤지엄의 최일선에 서있다. 그것은 금욕과 세속이 길 하나 건너로 맞닿아 있는 뉴욕의 현실을 보여주기도 한다.

사실 이 박물관 설립 당시만 해도 우려의 목소리가 끊이지를 않았다. 성문화의 중요성을 들어 박물관 설립을 준비하던 다니엘 글럭에게 뉴욕 주 이사회와 지역 종교 지도자들이 반대의 목소리를 냈다. 이들은 이 박물관의 설립 자체가 다른 지역의 조롱거리가 된다고 강력히 주장했다. 하지만 당시 주목을 받기 시작한 LGBT 운동에 더해 포르노그래피, 에이즈, 발기부전 등 미국 사회의 성문화에 대한 관심이 이 같은 주장을 뛰어넘었다. 이미 성은 금기의 영역을 벗어나 세상 속으로 성큼 들어와 있었다.

설립을 기념하며 선보인 개관전 <뉴욕시가 미국의 성문화를 어떻게 바꿨나>는 이들의 목적을 충분히 반영하고 있다. 이 전시는 이미 고삐 풀린 성 해방을 방관하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된 이해를 얻는 과정의 시발점으로서 완성되었다. 이를 통해 사람들은 기존 방식과는 다른 접근법을 요구했다. 뉴욕에서 특색 있는 뮤지엄을 찾는 이에게 이곳은 좋은 선택지 중 하나가 될 듯.
▲주소 : 233 5th Ave at 27th Street ▲요금 : 17.50달러+Tax
▲오픈 : 일-목 10:00-20:00, 금-토 10:00-21:00 ▲문의 : 212-689-6337
※ 18세 미만 입장 불가

<이수형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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