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메가파워 전파망원경

2013-10-02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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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주망원경을 능가하는 성능의 지상 전파망원경

해발고도 5,000m의 고원에 자리 잡은 칠레의 아타카마 사막. 이곳에 건설 중인 아타카마 대형 밀리미터 어레이(ALMA) 천문대에서 만난 과학자들은 휴대형 산소탱크를 짊어지고 있다. 고도가 높아 정상적 사고를 하려면 산소공급이 필수이기 때문이다.

연구자 중 한명은 천문대의 두뇌에 해당하는 슈퍼컴퓨터를 조작하고 있었는데 이 슈퍼컴퓨터는 노트북 300만대에 해당하는 연산능력을 바탕으로 ALMA의 전파망원경 66개가 수신하는 신호를 1초당 수천조회나 대조한다.

장소가 장소인지라 이곳의 모든 것은 고고도에서도 정상 작동되도록 설계돼 있다. 타원형 지붕은 시속 230㎞의 강풍을 견뎌내며, 화장실의 물탱크는 방열담요로 감싸 동결을 막는다. 전파망원경 역시 엄청난 풍속과 기온변화를 이겨내고 항상 0.6각초의 정확도를 유지하며 하늘을 바라보고 있다.


ALMA 천문대에서 가장 취약한 존재는 바로 사람이다. 연구자나 건설노동자나 이곳에서의 작업 허용시간은 하루 단 6시간뿐이다. 그 이상 머무르면 어지러움, 의식상실을 겪을 수 있다.

어쨌든 붉은 모래 위에 늘어선 은색의 전파망원경들은 발레를 하듯 완벽한 조화를 이루며 움직이고 있었다. ALMA가 현존 최고의 지상 전파망원경 어레이라고 불리는 것도 이 같은 조화와 정확성에 있다. 특히 ALMA의 유연성은 타의추종을 불허한다. 트럭에 실어 다른 장소로 옮겨서 관측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이동식 전파망원경을 그 어떤 천문대보다 많이 보유하고 있다. 덕분에 ALMA 천문대는 허블우주망원경의 10배에 달하는 고해상도의 이미지 생성이 가능하다.

사실 천체망원경은 태생적인 한계가 하나 있다. 지구 대기권이 빛을 굴절시켜 이미지 왜곡이 일어난다는 점이다. 굳이 대기가 희박한 고고도 지역에 천문대를 세우는 것도 이 때문이다. 공기가 아예 없는 우주에 설치하면 가장 좋지만 우주망원경이라고 완벽하지는 않다. 희미한 빛을 감지할 수 있을 만큼 크면서도 로켓에 탑재될 수 있을 만큼 작아야하는 탓에 해상도를 지상에서 처럼 마음껏 높이기 어렵다. 수리와 업그레이드 비용도 엄청나다.

이런 가운데 지구 대기에 의한 이미지 왜곡을 보정할 수 있을 정도로 적응제어광학 기술이 발전, 지상의 천체망원경도 우주망원경 수준의 해상도를 구현할 수 있게 됐다. 천문학계가 ALMA에 거는 기대가 큰 이유가 여기에 있다.

ALMA를 구성하는 66개의 전파망원경은 거대한 하나의 망원경처럼 작동한다. 또한 필요에 따라 망원경의 설치 위치를 변경함으로써 작게는 구경 150m, 크게는 구경 16㎞의 전파망원경 역할을 해낸다. 때문에 좁은 지역을 자세히 관측할 수도, 넓은 지역을 한 번에 관측할 수도 있다. 이를 위해 ALMA 천문대에는 슈퍼컴퓨터와 연결된 총 192개소의 망원경 베이스가 구축돼 있다.


<파퓰러 사이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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