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한국 천주교회의 시국선언

2013-09-13 (금) 12:00:00
크게 작게

▶ 민경석 클레어먼트 대학원 교수

한국 주교회의 의장인 제주교구의 강우일 주교는 최근의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국정원이 대선 당시 취한 행동이 법에 어긋난다는 사실을 모두가 분명히 알고 있습니다. 이제 와서 그 모든 문제를 이석기 의원 문제로 둔갑시켜서 문제의 핵심을 희석시키려는 일련의 움직임을 보이는데, 이런 일은 과거에도 있어 왔던 일입니다. 이 시대에 그렇게 진실을 감추려고 하는 것은 우리 국민을 바보로 아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먼저 듭니다.”많은 대학교수, 대학생, 언론인들의 시국선언에 이어 천주교 사제들과 수도자들도 얼마 전 부터 시국선언을 하기 시작했다. 7월25일 부산교구 사제들로 부터 시작한 시국선언은 마산, 광주, 인천, 전주, 대전, 원주 교구로 퍼지더니 8월14일에는 안동교구와 가장 보수적이고 6.10항쟁 때도 침묵을 지켰던 대구교구의 사제들과 200여명의 수녀들이 시국 선언을 하기에 이르렀다. 또 20일에는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인 수원 교구 이용훈 주교가 시국미사를 주례했으며, 21일에는 서울 교구 사제들과 수도자들이 시국선언에 참여했고 26일에는 한국 천주교 남녀 수도자들 4,502명이 서강대학교에서 시국선언 미사를 봉헌했다.

또 8월27일에는 제주교구, 29일에는 청주교구, 9원 2일에는 춘천교구, 그리고 4일에는 의정부 교구 사제들의 시국선언으로 한국 천주교회의 모든 교구들이 시국선언에 참여하게 되었다. 이와 함께 곧 평신도 1만명의 시국선언 기자회견과 더불어 시국 기도회가 개최되리라고 한다.

시국선언의 골자는 모두 비슷하다. 국정원의 대선개입, 정상회담 대화록 불법공개, 그리고 여당 실세들의 대화록 불법입수의 진상을 밝히고 책임자들을 처벌할 것, 박근혜 대통령이 국민 앞에 사죄할 것, 그리고 국가 기관의 선거개입을 원천적으로 근절할 대책을 마련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우리는 이승만 정권 때부터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정권에 이르기까지 국가 권력의 대규모 사유화를 겪었고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경찰, 검찰, 국세청, 안기부, 국정원을 동원하여 야당과 언론을 탄압하고 선거결과를 조작하여 특정 정치집단의 영구집권을 획책하는 것이었다. 정권의 안보를 위해서는 무슨 짓을 해도, 아무리 억지를 부려도 괜찮다는 대단히 못된 사고였다. 이로 말미암아 온 국민이 몇십년 동안 얼마나 고통을 당했던가?그럼에도 불구하고 국가의 공권력을 동원하여 특정 정당의 이익을 도모하는 악습이 아직도 남아 있을 뿐더러, 심각한 국기문란을 저지르고도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오히려 그것을 정당화하려고, 희석시키려고, 국민의 관심을 다른 곳으로 전환하려고 온갖 비열한 짓들을 다 하고 있다. .

국가의 공권력을 악용하여 특정집단의 사익을 도모하려는 불법행위는 근절돼야 한다. 이것은 보수와 진보의 문제 이전에 국가 기본 질서의 문제요 민주주의의 가장 근본적인 ‘원칙’의 문제다. 원칙의 대통령이 이 문제에 침묵만 지키는 것은 대통령답지 않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