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인 과세
2013-09-12 (목) 12:00:00
내가 알고 있는 목사님에 관한 얘기다. 한국에서 목회를 여러 해 동안 하던 R목사가 유학을 마치고 미국에 있는 한 한인교회에서 목회를 시작했다. 교인 1,000여 명으로 한인교회 기준으로는 대형급에 속하는 교회였다. 그런데 R목사는 교회 사무실로부터 첫 달 사례비 수표와 내역서를 받아보고 깜작 놀랐다. 사례비에서 근로소득세를 뺐기 때문이다. 한국 교회에서 보지 못한 이변이었다.
미국에서는 목회자도 소득세를 내야한다는 사실을 나중에야 알게 된 R목사는 그 후 세금을 또박또박 냈다. 그는 몇 년 후 목회지를 한국의 한 대형교회로 옮겼다. 그 교회에서는 전례에 따라 사례비에 대한 세금을 빼지 않았다. 그러나 R목사는 연례 세금보고 때 소득세를 자진해서 납부했다.
내가 그 목사를 한국에서 만났을 때 종교인의 세금납부 문제에 대해 다음과 같이 속을 털어 놨다. “종교인이 면세를 받을 수 있는 특수계급이라는 규정은 어느 법에도 없다. 헌법은 모든 국민이 세금을 납부 할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종교인이 소득에 세금을 내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그런 의미에서 미국세법이 맞다. 나는 미국에서 목회했을 때 소득세를 냈으며 한국에서도 그래야 한다고 생각한다.”한국 국회에 상정될 세제 개편안에 종교인의 소득에 대한 과세 방안이 포함됨에 따라 이 문제를 둘러싸고 일반국민과 종교인들 사이에, 그리고 종교인들 사이에 의견이 분분하다. 이 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면 1년의 유예기간을 거쳐 2015년부터 적용된다. 국회는 입법예고기간을 내달 18일까지로 정하고 각 종교단체와 교계의 의견을 수렴할 계획이다.
이 법안에 의하면 소득의 유형에서 종교인의 소득을 기타소득으로 규정했다. 세법상으로 보면 기타소득은 부수입으로 일시적인 불규칙한 소득을 말한다. 과연 종교인의 사례가 여기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을까? 이 법안이 종교인이 봉사나 영적 활동의 대가로 받는 사례금을 근로소득으로 보는데서 오는 거부감을 줄이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종교인 특히 성직자들의 소득에 대한 면세 해택은 이승만 정권 이후 특별한 법적 근거 없이 관행이란 미명하에 지금까지 시행되어 왔다. 그런 가운데 이명박 정부가 칼을 든 것이다. 작년 3월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이 조세 형평성 차원에서 “종교인도 세금을 내야 한다”고 밝힌 발언으로 종교인 납세 문제가 다시 도마에 오르게 된 것이다. 그러다가 박근혜정부에서 이 문제가 다시 불거졌으며, 이번에 국회에 상정된 법안은 여야합의에 의해 이루어지게 되었다.
이 법안에 대해 불교 개신교 천주교 등 종교계도 긍정적이다. 그런데 일부 개신교 단체나 교파들 가운데 이번 조치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모습은 이를 멋적게 만들고 있다. 지난 19일 한국장로교총연합회는 종교인 과세결정에 대해 ‘수용하기 힘들다’라는 입장을 표명했다. ‘종교의 자유가 제한되고 종교가 국가권력에 예속될 수 있다’라는 이유에서다.
입법예고시한이 내달 18일까지이므로 그 때까지 관계단체들과 기관들은 폭넓은 의견을 수렴해 볼 필요가 있다. 한 가지 분명하게 말하고 싶은 것은 미국 종교인들이 세금을 냄으로써 종교의 자유가 제한되고 국가권력에 예속되어 있다고 말 할 수 없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