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간디의 안경

2013-09-10 (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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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 종 영 <이태리안경 회장>

마하트마 간디를 생각하면 금방 그가 썼던 동그란 안경이 떠오른다. 전 세계인이 존경하는 성인을 생각하며 안경이 먼저 떠오르다니 직업은 어쩔 수 없는 모양이다. 간디의 물레와 안경은 매우 상징적이다. 그 맑고 순수한 얼굴에 잘 어울리는 동그랗고 소박한 철제 안경은 간디의 이미지를 각인시키는 중요한 요소다. 이처럼 안경은 시각을 보완하는 의학적 용도 못지않게 한 사람의 인상을 결정지어 주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단순한 패션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몇 해 전에 간디의 안경이 뉴욕에서 경매에 부쳐졌다는 기사를 읽었다. 경매에 나온 간디의 유품은 평소 착용하던 안경을 비롯해 회중시계, 샌들, 밥그릇과 친필이 적혀 있는 접시 등 5점이었다. 그러나 경매는 몇 시간을 앞두고 경매 관계자들과 인도 정부의 관리가 대화를 나눈 뒤 전격 취소됐다. 인도 정부가 경매를 강력하게 반대했기 때문이다. 인도의 문화부 장관은 “간디 유품 입수를 위해 인도 정부는 어떤 대가도 지불할 것”이라고 말했다. 간디의 유품은 단순한 물건이 아니라 인도 민족의 자존심이었기 때문이다.


안경 하나가 이렇게 한 민족의 자존심의 상징일 정도로 소중할 수 있다는 것이 감동으로 다가왔다.

간디는 한 평생 진리와 평화를 삶속에서 실천했던 성인답게 숱한 명언을 남겼고 그 명언은 오늘날 생생한 울림으로 살아 있다. 나는 그 중에도 간디가 주장했던 ‘사회 7대 악’을 자주 생각하곤 한다. 즉, 원칙 없는 정치, 도덕성 없는 상거래 행위, 노동이 결여된 부, 개성을 존중하지 않는 교육, 인간성이 사라진 과학, 양심이 없는 쾌락, 희생 없는 신앙의 7가지다. 이 7가지가 만연한 사회는 곧 썩은 사회라는 것이다. 간디의 말씀을 되새기노라면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가 온통 7대 사회악으로 뒤덮여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어 우울하다.

나는 특히 우리가 현실에서 자주 접하고 있는 ‘도덕성 없는 상거래 행위’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누구나 느끼겠지만 아직도 한인사회 이곳저곳에서 도덕성 없는 상거래 행위가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비즈니스는 원칙과 도덕성이 없으면 결코 오래가지 못한다는 생각이다.

나는 오늘도 옷깃을 여미며 비즈니스의 원칙과 도덕성을 생각해본다. 한인사회의 건강한 미래를 꿈꾸는 사람이라면 간디가 지적한 7대 사회악을 항상 되새겨야 한다. 그런 꿈꾸러기가 더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213)385-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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