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노인 운전

2013-09-05 (목)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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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툭하면 차가 긁히고, 추돌 사고가 나고 … 매일 조마조마 합니다.”한 중년 직장인의 하소연이다. 그를 불안하게 하는 것은 갓 운전 시작한 10대 자녀가 아니다. 운전 경력 수십년인 그의 부친이다.

부부 맞벌이 하는 그는 노부모 덕을 톡톡히 보아왔다. 아이들 등교 시키고 데려오는 일을 부친이 도맡아 하고, 방과 후 할머니 할아버지가 보살피니 아이들 때문에 불안해 할 필요가 없었다.

그런데 최근 예상치 못한 ‘불안’이 생겨났다. 올해로 80세인 부친의 운전 실력이 전 같지 않은 것이다. 자잘한 사고들이 연이어 일어나고 있다. “언제까지 운전을 하실 수 있을지, 아이들 픽업은 어떻게 해야 할지 … ” 그는 걱정이 많다.


인구 노령화가 가속화하면서 노인 운전자의 사고위험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2030년이 되면 베이비 붐 세대 전부가 65세 이상이 된다. 노인 운전자가 엄청나게 늘어나고 관련 사고가 늘어날 수밖에 없는 조건이다.

나이가 들면 몸의 기능이 떨어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시력이 우선 문제가 된다. 노안에 더해 녹내장 백내장 등 안질환이 생기기도 하고 장기복용 중인 약물이 시각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아울러 인지능력 저하와 운동신경 둔화로 갑작스런 상황에 대한 대처능력이 현저히 떨어진다. 노인들이 교차로에서 주로 사고가 많고, 좌회전 중 사고가 많은 것은 이런 기능저하와 상관이 있다.

가장 위험하기는 액셀레이터를 브레이크로 착각하는 것. 지난 2003년 7월 샌타모니카에서 일어난 사고가 대표적이다. 당시 86세의 조지 웰러라는 노인은 브레이크를 밟는다는 것이 액셀레이터를 밟으며 파머스 마켓으로 돌진해 10명이 죽고 70여명이 부상했다.

지난 2일 새벽에는 버지니아, 리치몬드 인근에서 60대 한인 운전자가 사고를 냈다. 차량이 갑자기 도로변의 한인침례교회 건물을 들이받아 동승했던 70대 한인이 사망했다. 사고 원인은 아직 조사 중이지만 밤중 운전이고 보면 노인성 기능저하와 상관이 있을 수 있다.

‘운전대를 언제 놓을 것인가’는 노년에 내려야 할 중요한 결정 중의 하나이다. 운전 포기는 쉬운 결심이 아니다. 독립성을 잃고 쓸모없는 존재가 되는 듯한 자괴감이 크다. 노인들이 자동차 열쇠를 반납하고 나면 한동안 우울증에 빠진다.

현실적으로 노인들의 운전 포기가 어려운 측면도 있다. 장을 보든 의사 진료를 받든 걸어서 갈 수가 없고, 자녀가 가까이 있어서 도와줄 형편이 아닌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각 주별로 노년층 안전 운전을 위한 대책들이 마련되고 있다. 정신적 육체적 건강상태를 확인하자는 취지이다. 일정 나이 이상이면 운전면허 갱신 시 반드시 차량국에 직접 가서 하도록 한다거나 시력 검사를 의무화 하는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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