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그랬지만 그날도 성황이었다. 타운 내 모모한 인사들은 모두 집결하다시피 했다. 그 가운데 한국에서 온 정치 실세의 장황한 연설은 이어졌다.
거의 같은 시각. 한인 타운에서는 또 다른 모임이 있었다. 모임의 주인공은 노르베르트 플러첸이란 이름의 독일인 의사. 그는 독일 민간 봉사단체인 ‘카프 아나무르’소속 응급 의료팀 팀장으로 북한에 들어가 의료 활동을 펼쳤었다.
그가 북한에서 정작 목격한 것은 상상을 절하는 인권참상이었다. 이후 플러첸은 국제사회에 북한 인권실태를 폭로하는 고발자가 됐다. 그날의 모임도 북한의 인권상황에 대해 미국과 미주 내 한인사회의 관심을 환기시키기 위해 마련됐던 것이다.
사람들이 하나 둘 몰려들었다. 워싱턴DC에서, 또 심지어 캐나다에서까지. 그러나 하나 같이 벽안의 외국인들이었다. 플러첸의 육성고발을 듣기 위해 수천마일을 마다않고 달려온 것이다.
미 주류사회의 뉴스 미디어들도 총 집결하다시피 했다. 로컬 신문인 LA타임스는 물론이다. 전국적 매체인 CNN 등 TV방송에서 뉴욕타임스 등 보도진들도 몰려들어 취재의 열을 올렸다.
그러나 관중석은 썰렁했다. 몇몇 관계자가 모습을 들어 낸 게 고작으로, ‘어쩌면’이란 한탄이 나올 정도로 한인들은 행사장을 철저히 외면한 것이다.
8년여 전, 그러니까 한국의 참여정부 시절 그 때 그 어느 날 한인 타운에서의 광경이다. 그리고 2013년 8월의 한 시점. 장소는 대한민국이다. 유엔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가 북한인권문제공개청문회를 개최했다.
북한 정치범 출신 탈북자를 비롯해 국군포로, 북한 전문가 등이 참여한 대대적인 청문회가 유엔주최로 열린 것. 청문회는 그러나 한국인의 무관심 가운데 ‘썰렁한’ 대회가 되고 말았다.
한국의 언론조차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최근에 탈북한 오대양호 선원 전욱표씨에 대한 증언이 끝나자 그나마 몇 안 되던 국내기자들은 모두 빠져나가고 만 것이다. 끝까지 남아 탈북자들의 증언을 취재한 것은 미국, 영국, 프랑스, 호주 등 외국기자들이었다.
왜 이토록 무관심일까. 아무리 슬픈 영화도 몇 번이고 되풀이 해 보면 그저 그렇다. 이런 식으로 애써 풀이해 본다. ‘그렇지만…’이란 단서가 그러나 이내 뒤따른다. 그 무관심, 침묵이 아무래도 정상은 아닌 것 같아서다.
북한의 핵위협에 전 세계의 시선이 한반도에 쏠렸다. 그 정황에서도 인터넷 검색어 1, 2위는 스캔들을 일으키고 있는 연예인 아니면 세일 품목의 화장품이었다던가.
여기서 병적이랄 수밖에 없는 한국사회의 집단내부의식 같은 게 엿보여져 하는 말이다. ‘내 일상은 극히 사소한 일이라도 아주 소중하다. 그 밖에는 전혀 무관심하다’는.
“한국 언론이 이토록 무관심할 줄 몰랐다. 실망이다.”마이클 커비 COI위원장의 말이다. 얼굴이 화끈해지는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