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
2013-08-13 (화) 12:00:00
우리동네 김 할머니는
짝을 만난 지 반세기만에
불공평에 대해서 말하기 시작 했습니다
키도 생김새도 다른 찻잔과 받침대가 어떻게 짝이냐고
젓가락처럼 키가 맞기를 하나
신발짝처럼 생김새가 닮기를 했나
늘 받들어야 하는 상하관계라니
도자기 부닥치는 소리가 자주 나더니
찻잔은 찻잔대로
받침대는 받침대대로 헤어졌다가
사흘 만에
받침대가 먼저 깨달았답니다.
적막을 입은 채
적막처럼 앉아 있다가
도를 통하듯이
부딪힐 때 소리가 났던 것만으로
둘은 짝이었던 게 분명하다고
한혜영(1954-)‘짝’ 전문
평생 할아버지를 받들기만 하는 컵받침으로 살아오신 할머니께서 부부연의 의미를 재정립하시는 과정이 꽁트처럼 그려진 재미있는 시이다. 컵과 잔이 부딪는 소리만으로도 둘은 짝이시라는 것을 깨달으신 할머니, 드디어 생의 아름다운 불협화음을 꿰뚫어 받아들이게 된 것이다. 심오하고도 유머러스한 깨달음이다. 앞으로 온 동네 웬만한 불협화음은 문제없이 해결해주실 수 있을 것 같다.
임혜신<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