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삶과 죽음, 그리고 예술에 관한 명상

2013-08-02 (금)
크게 작게

▶ 조각가와 모델 (The Artist and the Model) ★★★★

삶과 죽음, 그리고 예술에 관한 명상

노 조각가 마크(오른쪽)가 메르세를 모델로 조각하고 있다.

유럽의 중후한 영화인들인 스페인감독 페르난도 트루에바(‘치코와 리타’ )와 프랑스의 각본가 장-클로드카리에르(‘존재의 참을 수 없는 경박함’ -81세)와 베테런 배우 장 로쉬포르(‘미용사의 남편’ -83세) 그리고 이탈리아의 클라우디아 카르디날레(75)가 만든 삶과 죽음 및 예술에 관한명상이다.

빼어나게 아름다운 흑백영화로 연출과 연기와 촬영 그리고 음향과 빛과 그림자의 사용을 비롯해 화면 구성 등 기술적으로도 나무랄 데가 없는 스페인 영화. 삶과 창작의 종결결부에 이른 노 조각가의 아름답고 건강하고 젊은 모델을 통한 예술혼의재생의 드라마다.

자연광과 함께 인공음악을 제거한채 개울소리와 새소리 그리고 거리의소음 등 자연음만을 쓰거나 침묵으로화면을 채우면서 탐스럽게 유혹적이요 아름다운 흑백 이미지와 분위기를더욱 강렬하게 그리고 있다.


1943년 여름. 나치 점령하의 스페인접경지대의 프랑스 시골에 사는 노조각가 마크 크로스(로쉬포르)는 나이와 함께 아이디어와 창작혼이 고갈돼 냉소적인 인간이 되었다. 이런 그에게 과거 자신의 모델이었던 아내레아(카르디날레)가 거리에서 만난 프랑코를 피신해 프랑스로 도주한 젊은메르세(아이다 폴쉬)를 작품의 모델로 소개한다.

마크는 메르세를 산속에 있는 외딴자신의 작업실에 살게 한 뒤 그녀를모델로 스케치에 이어 조각작업을 시작하면서 서서히 고갈됐던 창작혼에물이 오르고 또 불길이 지펴진다. 영화는 거의 끝까지 마크가 나체의 메르세를 모델로 창작을 하는 과정을그렸는데 거의 별 말없이 진행되는이 과정을 통해 마크와 메르세는 서로를 이해하게 되고 또 감정적으로도애처롭기까지 한 관계가 맺어진다.

마크와 나체의 메르세의 관계에서순수하고 아름다운 예술적 개인적 영혼의 교류와 함께 육감적인 성적 긴장감이 감도는데 이런 내적인 면과함께 메르세의 무르익은 육체와 마크의 노쇠한 육신을 다니엘 빌라의 애무하는 듯한 카메라의 움직임과 흑백촬영이 숨이 막히도록 우아하고 또자극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노장 로쉬포르와 젊은 폴쉬의 콤비가 절묘한데 특히 로쉬포르의 자연과도 같은 편안한 연기가 훌륭하다. 카르디날레는 거의 옛날 모습을 알아볼수가 없이 달라졌다. 영화의 충격적인결말은 충분히 이해가 가면서도 다소억지처럼 느껴진다.

R. 랜드마크.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