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성장통 겪는 두 청춘남녀의 사랑

2013-08-02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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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 펙 태큘러 나우 (The Spectacular Now) ★★★★★(5개 만점)

▶ 젊은 배우 연기 좋고 자연스런 연출‘수작’

청춘은 아름다워라! 아프고 외롭고 티가묻은 것까지 아름다운 것이 청춘이다. 중산층 가정의 각기 성장배경과 성격이 판이하게 다른 고등학교 3학년 두 남녀 학생의 성장통을 그린 작품인데 참으로 아름답고 신선하며 또 사실적이며 민감하다.

팀 타프의 소설이 원작인데 작가는 작품속 주인공의 삶과 비슷한 경험을 했음에 분명하다. 10대의 사랑과 미래에 대한 불안그리고 그들의 내적 상처와 오점과 도전과취약성을 자비롭고 통찰력 있게 관찰했는데 두 젊은 배우의 연기와 아름다운 촬영과 함께 모든 것이 너무나 솔직하고 자연스러워 옛날을 그립게 만들어준다.

청춘의 영육의 파랑을 조용하게 그리면서 안으로 긴장감을 느끼게 죄어대는 연출력이 훌륭한데 끝나가는 어린 시절에 대한달콤 씁쓰름한 송가가 가슴을 깊이 파고든다. 청춘의 심전도를 들여다보는 것 같은 영화로 어떻게 보면 작품 속의 당사자들 또래의 10대들보다 어른들이 더 절실하게 받아들일 내용이다.


조지아주 애신스의 서민층 동네에서 병원에서 일하는 홀어머니(제니퍼 제이슨 리)와 단 둘이 사는 서터 킬리(마일스 텔러)는착한 마음을 가졌지만 말과 행동은 마치 사기꾼처럼 하는 모든 것에 자신만만한 아이다. 그러나 플래스크에 위스키를 담아 마시고 다니는 틴에이저 술꾼 서터는 사실 자신의 취약성을 위장하기 위해 으스대면서 혼자 다 큰 척한다.

금발 미녀 애인 캐시디(브리 라슨)로부터버림을 받은 서터가 술에 취해 쓰러졌다 깨어난 곳이 학교의 모범생으로 단 한 번도애인을 사귄 적이 없는 에이미 휘네키(셰일린 우들리)의 앞마당. 이를 계기로 둘은 가까워지나 서터는 아직도 캐시디를 잊지 못한다. 어떻게 보면 에이미는 서터의 상심에붙인 일회용 반창고라고 볼 수 있다.

똑똑하나 공부에 전연 무관심한 서터는에이미로부터 기하를 배우면서 둘은 깊은관계를 맺게 되는데(둘의 섹스신이 아주 곱다) 서터는 자기를 깊이 사랑하는 에이미의성실함과 마음에 감동, 에이미를 애인으로삼으나 여전히 캐시디를 잊지 못한다. 이런서터를 모른 척하고 받아들이는 에이미의어른스러움과 관용이 지극하니 감동적이다.

그리고 필라델피아의 대학에 입학이 확정된 에이미는 서터에게 함께 필라델피아로 가자고 제의한다. 서터는 이에 동의하지만 사실 그는 대학엔 생각이 없고 차와 봉급 주는 직장과 술만 있으면 된다는 현실안주형이다. 영화는 이렇게 서로가 전연 다른 두 남녀의 로맨스가 갖추는 상투적인 면을 진부하지 않고 상록수처럼 싱그럽게 그렸다.

서터가 에이미와 함께 오래 전에 집을 나간 아버지(카일 챈들러)를 만나는 장면이가슴을 아프게 하면서도 꾸밈없이 사실적으로 그려진다. 가족의 중요함이 조용하게강조된 에피소드로 인생 실패자의 어색한모습을 적나라하게 표현하는 챈들러의 연기가 뛰어나다.

끝이 마치 ‘졸업’의 끝을 생각나게 하는식으로 애매모호한데 결점 많고 불안정하면서도 겉으로는 의기양양한 텔러와 감수성과 취약성과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차분하게 보여 주는 우들리(‘디센던트’에서 조지 클루니의 딸로 나와 골든글로브 조연상후보에 올랐다)의 연기가 부드럽다. 둘 다뛰어난 미남 미녀가 아니어서 더 사실적이다. 조연진의 연기도 훌륭하다. 제임스 폰솔트 감독.

R. 아크라이트(선셋과 바인) 랜드마크(웨스트우드와 피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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