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똥구리
2013-07-23 (화) 12:00:00
소똥을
탁구공만하게
똘똘 뭉쳐
뒷발로 굴리며 간다
처음 보니 귀엽고
다시 보니,
장엄하다
꼴을 뜯던 소가
무심히 보고 있다
저녁 노을이 지고 있다
이산하(1960-) ‘쇠똥구리‘ 전문
쇠똥구리가 제 몸보다 몇 배 큰 쇠똥경단을 나르던 시골길, 저녁노을이 지고 꼴을 뜯던 소가 제 똥을 먹고 사는 조그만 곤충을 가만 내려다보던 선량한 풍경은 이제 찾아볼 수가 없다. 황톳길이 아스팔트로 변하고 소의 사료가 수입산 옥수수나 콩으로 바뀐 뒤 곤충들도 먹이 속의 유해물질을 견디지 못하고 하나둘 사라져간 것이다. 귀엽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하고 장엄해 보이기도 하던 쇠똥구리가 있던 시골 정경, 이제 추억 속에만 있을 뿐이다.
임혜신<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