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류현진‘기대 이상’

2013-07-12 (금)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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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규태 스포츠부 부장

류현진(26·LA 다저스)이 7승3패, 평균자책점 3.09로 메이저리그 데뷔 시즌의 반환점을 돌았다. 10일 시즌 최악 피칭(5이닝 5자책점)으로 전반기를 마친 점이 아쉽지만 그가 경기 후 인터뷰에서 “생각했던 것보다 잘했다”고 자평할 만한 성적표다.

이날까지 45승45패로 반타작 밖에 못한 팀에서 70% 승률에 내셔널리그에서 20위 내에 드는 승수와 평균자책점. 계약 당시 이 정도 성적이 나올 줄 알았다면 다저스가 “검증되지 않은 투수에 무리하게 베팅(이적료까지 합쳐 약 6,100만달러)했다”는 비난을 듣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실제로 “이제는 다저스가 현명해 보인다”는 기사까지 이미 나왔다.

하지만 메이저리그 시즌은 팀당 162개 경기를 치르는 장기 레이스로 지금까지의 성적은 ‘페이스’(pace)가 빠른 것에 불과하다. 전반기 성적 ‘곱하기 2’면 시즌 전체 성적이 나오는 게 아니기에 후반기에 입증할 게 많다.


예를 들어 작년 전반기에 이보다 더 좋은 성적(9승4패·2.91)을 올렸던 투수가 바로 다저스 팀메이트인 크리스 카푸아노(올해 2승6패·5.16)다.

추신수(30·신시내티 레즈)도 비슷한 케이스다. 이번 시즌을 끝으로 프리에이전트가 되는 추신수는 시즌 첫 달 워낙 좋은 성적을 올려 ‘1억달러 잭팟’에 대한 기대가 부풀었건만 지금은 시즌 타율이 통산 타율 아래로 떨어진 상태다. 반환점에서 보니 다른 해보다 더 잘한다고 말하기도 어렵다.

추신수는 4월에 타율 0.337의 불꽃타를 휘두른 뒤 5월에는 0.240, 6월에는 0.224의 슬럼프에 빠져 “왼손투수에 약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몸값이 떨어질 것”이란 소리를 듣기 시작한 상태다. 왼손타자인 추신수는 실제로 오른손 투수 상대 성적과 왼손 투수 상대 성적의 차이가 엄청나게 크다. 오른손 투수들을 상대로 0.322를 치고 있는 반면 왼손 투수 상대 타율은 그 절반 수준인 0.165 밖에 안 된다. 홈런 12개도 모두 오른손 투수를 상대로 쳤다.

추신수는 또 타자들에게 유리한 홈구장에 비해 원정경기 타율이 거의 1할이나 낮은 숙제도 풀어야 하며, 후반기에 들어서는 플레이오프 진출에 대한 부담도 점점 커질 전망이다. 플레이오프 레이스에서 처지기 시작하면 레즈는 지난해 마이너리그에서 베이스를 155개나 훔친 유망주 센터필더 빌리 해밀턴를 불러올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류현진도 사실 5월 끝 성적이 6승2패에 2.89였던 점을 감안하면 더 좋은 ‘1학기 성적표’를 받지 못한 점이 아쉽다. 평균자책점은 큰 차이가 없지만 첫 11차례 등판에서 6승을 올린 뒤 다음 7차례 등판에서는 1승(1패)에 그친데 실망하는 팬들도 많다.

류현진은 또 가장 자주 보는 디비전 라이벌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에 다소 약한 면을 드러냈다. 자이언츠는 4번째 대결에서 마침내 꺾었지만 합계 25⅔이닝 동안 30안타나 맞았고, 다이아몬드백스와는 3번 붙어 아직 패한 적은 없지만 17이닝 동안 24안타나 내줬다. 자이언츠 타자들에게는 3할, 다이아몬드백스 타자들에게는 0.348 타율을 허용한 점이 불안하다.

류현진도 추신수와 마찬가지로 원정경기에 비해 홈경기 성적이 월등히 좋다. 투수들에게 유리한 다저스테디엄에서 4승1패에 1.90으로 잘 나가고 있는 반면 원정경기 평균자책점은 4.42까지 부풀었다.


하지만 류현진의 기록을 조금 더 자세히 분석해 보면 그는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더 잘 할 수 있다는 인상을 받게 된다. 지금까지 10차례 만루 위기에서 단 한 번도 안타를 맞지 않은 점이 이를 입증해 주는 증거로, 정신 바짝 차린 상황에서는 절대로 안 맞는다는 이야기다. 홈런 10개 중 8개를 주자가 없는 상황에서 맞은 반면 주자가 스코어링 포지션(2루나 3루)에 있는 상황에서는 한 개도 안 맞은 점도 이 논리에 무게를 실어준다.

류현진은 상대 타율도 주자가 없을 때 0.255로 가장 높고, 1루에 있을 때는 0.232, 주자가 2루나 3루에 있을 때는 0.198, 만루 때 0.000으로 점점 내려간다.

그러고 보면 류현진은 특별히 빠른 공을 던지는 것도 아니면서 천부적인 재능을 타고난 선수라는 인상을 준다. 인천 동산고 졸업 후 8년 만에 방망이를 잡았음에도 ‘베이브 류스‘로 불릴 정도의 타격 솜씨까지 보여주고 있으니 말이다.

스프링 트레이닝 때 장거리 달리기에서 꼴찌를 하고, 선발 등판일 사이 누구나 다 하는 불펜 투구도 하지 않고, 또 담배까지 펴가면서 이 정도면 조금 더 노력하면 얼마나 더 좋은 성적을 낼지 궁금해지기까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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