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결혼의 경제학이

2013-07-04 (목)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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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연방대법원이 동성결혼 커플들도 연방법이 규정하고 있는 결혼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판결을 내렸다. 이 판결에 따라 동성결혼을 허용하고 있는 주에서 살고 있는 동성 커플들은 다른 이성 커플들에게 적용되고 있는 1,000여 가지의 각종 권리를 똑같이 누릴 수 있게 됐다. 연방 대법원의 역사적 판결이 나오면서 결혼은 과연 어떤 혜택들을 안겨 주는지에 대해 새삼스레 관심이 쏠리고 있다.

말할 것도 없이 결혼은 인간의 생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이벤트다. 인간과 인간이 만나 결합하는 신성한 결혼을 경제라는 잣대로 들여다보는 것이 불편하게 느껴질지 모르지만 거의 모든 결혼에는 어느 정도의 경제적 동기가 작용하고 있다. 다만 그것을 다른 경제행위들처럼 의식적으로 따지거나 노골적으로 들여다보지 않을 뿐이다.

미국인들은 결혼식을 하는데 평균 2만,6000달러를 지출한다. 또 결혼을 해 부부가 소득을 합산해 보고하게 되면 소득계층이 높아지면서 세율 또한 높아지게 된다. 세금을 더 많이 내게 될 소지가 많다는 말인데 그래서 이것을 ‘결혼 벌금’이라 부르기도 한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결혼은 상당한 경제적 부담이 된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보면 결혼은 경제적 이익을 안겨준다. 가장 큰 이익은 규모의 경제를 통한 비용의 효율성으로 나타난다. 결혼을 하게 되면 두 사람이 소득과 집 등을 공유하고 집안 관리와 육아 등을 위해 동업하고, 따로 살기위해 지출했던 비용을 줄이게 된다. 기업에서 말하는 규모의 경제가 결혼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또 결혼 커플들은 집과 자동차 보험료에서 상당한 할인혜택을 보게 되며 부부간에 소득차가 심할 경우에는 오히려 세율이 더 낮아질 수도 있다. 부부 가운데 한사람이 실직하게 되면 다른 배우자의 보험에 들어갈 수도 있다.

최근 애틀랜틱 매거진은 한 조사보고서를 인용해 결혼을 하는 여성들은 그렇지 않은 여성들보다 일생동안 최대 100만달러까지 금전적 절약효과를 볼 수 있다고 보도했다. 2009년 뉴욕타임스도 심층보도를 통해 결혼하지 않은 게이 커플로 살아가는 데는 결혼한 이성 커플들보다 평생에 걸쳐 최고 46만달러 가량 더 많은 비용이 든다고 결론 내렸다. 이들이 결혼할 경우 그 비용은 4만달러 선으로 뚝 떨어진다. 연방대법 판결이 나온 후 게이 커플들의 법적 결합이 이어지고 있는 데는 분명한 까닭이 있는 것이다.

그러나 너무 당연한 말이겠지만 경제적 이익이 결혼의 본질적 이유는 아니다. 커플이 되는 데는 그것만이 만들어내는 특수한 효용이 있기 때문이다. 서로 간에 나누는 사랑과 친밀감, 안정감, 함께 하는 즐거움 등이 그것이다. 이런 것은 결혼이 아니면 경험하기 힘든 감정이다. 그래서 사회의 트렌드가 변하는 가운데서도 결혼은 영원히 지속될 수밖에 없는 제도이다.

또 하나, 결혼이 경제적이기는 하지만 지나치게 이런 이유만을 따지는 결합은 실패할 확률이 높으며 그럴 경우 이득보다 훨씬 더 큰 금전적 대가를 치르게 될 수도 있다. 이것이 결혼 경제학의 아이러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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