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반 발짝만 앞서라

2013-02-06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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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먹는 장사 이렇게 하라

▶ 이재호 (와우 벤토 대표)

오륙년 전의 일이다. 한국을 다녀온 친구가 서울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찜닭요리를 가지고 이곳 한인타운에 전문점을 내고 싶다고 했다. 그 친구는 이곳에 그런 음식을 하는 식당이 없으니 열기만 하면 큰 성공을 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하지만 나는 의견이 달랐다. 우선 그 찜닭 음식은 여기 사람들에게는 너무 생소한 음식이었다. 물론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좋아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대중성이 너무 없어서 개업을 하고 자리를 잡는 데까지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고 성공확률도 낮아 보였다. 나는 그 친구에게 너무 앞선 컨셉이라고 이야기 해주었고 그 친구도 다른 음식을 가지고 창업을 해서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나는 이렇듯 새로운 식당을 창업하려는 분들이 창업에 관하여 물어올 때면 항상 그 컨셉이 너무 앞선 것은 아닌지 아니면 남들과 별 차이가 없는 평범한 것은 아닌지에 대해서 고민해 본다. 90년대 중반 버몬트 길에 새로운 순두부 전문점이 개업을 했다. 그 가게는 순두부라는 기존 메뉴에 지금은 일반화가 되었지만 그때에는 처음 시도되었던 돌솥밥에 뜨거운 물을 부어 누룽지를 먹게 해주는 특별한 서비스로 단숨에 선두 순두부 가게가 되었다.


나는 반 발작만 앞서라는 예를 설명할 때 꼭 이 가게 이야기를 한다. 창업을 할 때 너무나 앞선 아이디어와 아직 대중적으로 많이 알려지지 않은 음식을 가지고 단지 아직 시장에 없다는 이유로 선택하는 경우는 실패할 확률이 높다. 코리아타운에 개업을 했다가 없어진 ‘신당동 떡볶이, 부대찌개 전문점’ 등이 좋은 예이다.

하지만 반대로 창업을 하면서 너무 시장의 흐름만 따라가 자기 가게의 특성은 없이 남들과 비슷한 음식과 서비스로 나가는 것도 성공적인 식당을 만드는데 적당하지 않다. 최근 몇 년 사이에 생겼다 없어진 많은 짬뽕 전문점은 그런 좋은 예이다. 한인들이 국물을 워낙 좋아하기 때문에 개업한 후 쉽게 자리를 잡을 수 있다는 생각에 많이 개업을 했지만 별 차별성이 없는 가게는 시장에서 오래 살아남기가 힘들었다.

그럼 너무 앞서는 것도 아니고 남들과 똑같은 것도 아닌 반 발짝만 앞선다는 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대중성과 차별성을 동시에 추구하는 것이다. 앞서 언급한 순두부 가게는 창업을 할 때 남가주 사람들이 즐겨 찾는 순두부를 선택하여 대중성을 확보했고, 돌솥밥, 누룽지라는 기존의 순두부 가게에 없던 차별성을 가지고 성공적으로 반 발짝 앞서는 컨셉을 만들어냈다. 또 다른 예로 일반 구이집이 아닌 특별한 삼겹살만을 가지고 대중성과 차별성을 만들어낸 삼겹살 전문 고깃집, 또 별 특색 없는 소주방을 70, 80년대 복고적인 인테리어와 안주로 성공한 소주방 등, 주위에서 식당을 성공시킨 가게들을 유심히 연구해 보면 이렇듯 반 발짝만 앞선 컨셉을 만들어낸 것이 공통점이다.

식당을 새로 창업해서 3년 이상 운영하는 경우가 한국의 경우 30%도 안 된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너무 앞서지도 않고 남들과 비슷하지도 않는 그런 반 발짝 앞서는 컨셉을 만드는 것이 성공 창업을 위해서는 아주 중요하다.

■ 이것이 핵심

1. 선구자는 힘들다. 남이 안 하는 음식으로 창업을 하려면 대중성이 있는지 분석해라.
2. 남이 잘된다고 비슷하게 따라하지 마라.
3. 대중성이 있으면서 다른 가게와 차별성이 있는 것 이것이 성공 컨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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