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에메랄드빛 지중해 품은‘ 신화의 땅’

2013-02-01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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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스

▶ 박평식의 여행 이야기

신화의 땅 그리스! 발칸반도 남족 끝 에머랄드빛 푸른 지중해를 품고 6천여 개의 섬으로 이뤄진 그리스. 찬란한 문명과 자연이 공존하는 신들의 왕 제우스의 신화가 태동한 이 땅은 유럽문화의 발상지라 불린다. 고대 민주주의의 꽃을 피웠으며 철학을 태동시킨 국가라는 자부심을 가졌지만 현대에 들어 산업화 경쟁에서 뒤짐으로 일류국가로의 발돋움을 하진 못했다. 경제문제를 떼어놓고 보면 그리스만큼 찬란한 문화의 흔적이 국토 전역에 퍼져 있는 나라도 드물다. 21세기들어 에게해 연안의 호텔과 골프장 등 관광인프라가 개선되면서 수많은 여행객이 몰리고 있다.

아클로폴리스 등 웅장하고 신비한 유적지
최고의 먹거리·병원과 학교가 무료인 나라
‘한 없이 여유로운’분위기엔 휩쓸리지 말아야

그리스는 ‘그곳에 가면 행복이 보입니다’라고 외치고 싶게끔 만드는 나라이다‘. 가장 행복해 보이는 나라는 브라질’이라는 말을 왕왕 해왔는데, 최근 그리스를 다녀온 후 마음이 움직였다‘. 행복한 나라는 어디인가?’라는 물음에 바로 ‘그리스’라고 답한다.


신화와 철학이 공존하고 깜찍한 하얀 건물과 에메랄드 빛 지중해가 조화로운 나라, 기원전 330년에 세계 최초 요리책을 남겼고 심지어 한낮의 인사마저‘ 칼리오렉시’ (맛있게 드세요)인 최고의 먹을거리를 자랑하는 나라, 병원비는 물론 수술비까지 무료, 대학원까지 학비면제, 오후 2시면 은행이 문을 닫는 여유로운 삶의 대명사인 나라.

지난 몇 년 사이 각종 매체를 통해 알려진 그리스는 부도위기의 불안한 국가이다. 하지만 두꺼운 중산층 덕에 여전히 요동치 않는 여유로움을 지닌 국가이다.

최근 다시 찾아간 그리스에서 접한‘ 요동치 않는 여유로움’은 ‘그리스는 행복하다 그리고 행복해 보인다’란 생각으로 이어졌다.

그리스 아테네에서“ 한인이 300명 정도이다 보니 한국인들에게 진짜 그리스가 잘 알려져 있지 않아 안타깝다”란 말을 하는 지인을 만난 적이 있다.

그와 함께 이른 저녁부터 카페에 앉아 맥주 한 잔과 커피 한 잔만을 시킨 채 자정까지 그리스에 대한 소소한 이야기들을 나눴지만, 누구 하나 눈치를 주지 않았다.

이유를 묻자‘ 손님이 떠날 때까지 그 어떤 부담도 주지 않는 것이 그리스 스타일’이라 한다. ‘무조건 빨리빨리’인 한국 스타일과,‘ 지불 가능한 만큼 서비스 한다’인 미국 스타일에 익숙하기에 ‘이 사람들 못 벌어먹고 살겠네’란 말이 절로 나왔고 지인은 재미난 에피소드로 답을 했다.

공공건물 입찰 공고가 나면 중국 업자가 1억유로, 프랑스 업자가 3억유로, 그리스 업자가 10억 유로로 입찰가를 제출한다고 한다. 상식과는 달리 10억유로를 써낸 그리스 업자가 수주하게 되고 그리스 업자는 프랑스 업자에게 2억유로에 일을 넘기고 프랑스 업자는 다시 5,000만유로로 중국 업자에게 일을 넘긴다고 한다. 뇌물이 공공연하고 수많은 업체와 사람이 뇌물로 엮여 있기에 가능한 일이라 한다.


지인은 조그만 사업체를 운영하는 이들까지도 이러한 사회의 맹점을 잘 이용하기에 국가는 부도위기지만 중산층은 풍요롭다는 말로 이어간 후, 손님에게 부담을 주지 않는 것은 민족의 특징이며 문화이기도 하지만 근저에는 풍요롭기에여유롭다는 현실적인 이유가 깔려 있다고 결론 짓는다.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택시 파업이 한창이었다. 벌써 일주일이나 지속되고 있다고 하기에“ 삶이 어렵다며 이렇게 장기파업을 해도 먹고 사느냐?”란 물음에 지인은 “택시를 세워놓아도 먹고 살만큼 여유 있어서”라는 답을 한다.

비단 지인뿐만 아니라 여행길에서 접한 많은 그리스인들의 세상을 대하는 태도가 이러했다. 모든 그리스인들이 그러하다는 것은 아니니 절대 오해는 말자. 또한 그리스에 대한 나쁜 선입견을 갖지도 말자.

그리스를 여행하게 된다면 그들의 여유를 이해는 하되 두 가지 사항은 꼭 살피시길 바란다. 첫째 그리스인의 여유에 휩쓸리지 말자. 오래전 경험한 일이다. 공항에서 이미 탑승권을 받았음에도 검색대에서 항공기가 결항이란 말을 들었다.

불과 10여분 전에 탑승권을 발권해 준 항공사 카운터에 가보니‘ 결항이지만 괜찮다’는 말을 한다. 현지의 일을 봐주던 이도‘ 괜찮다’ 고 한다. 일정대로 비행기를 타지 못하는데 뭐가 괜찮다는 건지 따져보았지만 여전히 여유 가득하고 결국 전체 일정을 조정해야만 했다. 여행자라면 그들의 여유에 휩쓸리지 말고 꼼꼼히 따져라.

두 번째, 논쟁은 필수다. 서양 철학의 근간을 이루는 수많은 철학자들의 영향을 받을 탓인지‘ 논리가 성립되면 인정된다’가 통용되는 사회이다.

한 예로 여행 가이드에게 들은 이야기를 전한다. 손님을 모시고 간 식당에서 삶은 달걀이 인원수에 비해 적게 나왔기에 더 가져다 달라고 했더니‘ 가방에 숨겨놓고 더 달라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하더란다. 달걀 껍데기가 테이블에 없는 걸
봐서 숨긴 것이 확실하다는 논리를 빙자한 거부에 한마디 던지자 군말 없이 달걀을 다시 가져 왔다고 한다.“ 한국 사람들은 삶은 달걀을 껍질 채 먹는다. 이게 거짓인지 증명할 수 없다면 달걀을 가져와라” 비록 가이드가 거짓으로 논리를 편 것이지만 ‘논리에 반박을 못하면 인정을 받는다’를 여실히 증명하는 실례이다.

대 서사시‘ 오디세이’나‘ 일리아드’를 한 번쯤 읽어본 이라면 누구나 꿈꾸는 그리스! 굳이 읽지 않았더라도 그리스 신화를 기반으로 하는 영화나 올림픽 성화 채화 등에서 접했을 찬란한 고대문명의 유적 그리고 다양한 문화유산은 그리스 여행을 누구나 꿈꿀 만하게 만든다. 행복한 나라 그리스로의 행복한 여행을 꿈꾸세요. 행복해집니다.


박평식
<아주관광 대표>
(213)388-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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