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53년 잡아온 성가대 지휘봉 내려놓습니다”

2013-01-30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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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주한인교회 음악계의 산 증인 백경환 음악목사 은퇴

앞으론 우리가락에 맞는 성가곡 발표 전념
평생 남은 소원은 평양공연 꿈 이루는 것

성가대 지휘 53년째. 2013년 1월20일(일) 오후 2시 벨플라워 소재 가나안교회(담임목사 이철)에서 백경환 음악목사 은퇴예배가 진행됐다.

“교회 정년 규정에 따라 71세가 되는 올해 음악목사직에서 은퇴했습니다. 앞으로 한인기독합창단 단장 겸 지휘자, 미주한인 창악회 회장으로서 창작 성가곡 발표에 전념할 계획입니다” 오래 전부터 생각해 온 한국가락, 우리가락에 맞는 창작 성가곡 발표 준비에 마음이 설렌다는 은퇴 소감을 밝힌다.


“예배의 경건성을 잃으면 안 된다는 신념에 변함없습니다. 성가곡은 예배를 위한 찬송이어야 합니다. 그래서 성가곡 가사는 성경 말씀에서 인용합니다” 하나님의 사랑,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고난, 성령의 사역, 이 모든 말씀을 우리 정서에 맞는 멜로디와 가락을 입혀 ‘국적 있는 찬송’으로 표출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 미주 한인 크리스찬 문인협회와 매년 공동 창작음악회를 개최하는데 봄에는 가곡발표회 가을에는 성가작곡 발표회로 진행된다.

평생소원이 하나 더 있다. 열 살 까까머리로 떠나 7순 백발이 됐지만 고향 땅 평양에서의 음악회 공연 꿈을 결코 버릴 수 없다. “1992년 12월 모스크바 차이코프스키 홀에서의 공연을 평생 잊지 못합니다. 1991년 소련 공산정권이 무너진 다음해 러시아 문화성 초청으로 갔는데 불과 1년 전 공산 정권치하에서 금지곡이었던 헨델의 오라토리오 ‘메시아’ 전곡을 한국어로 연주할 때 청중은 물론 합창단 모두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한국에서 온 독창자(곽신형, 강화자, 임정근, 오현명)들과 미국에서 건너간 미주한인합창단 40여명으로 공연을 마친 후 앞으로 평양 공연도 가능하겠다는 희망을 갖게 되었다.

이후 1999년 12월 새천년맞이 음악회, 2003년 미주 한인이민 100주년기념 음악회를 LA 뮤직센터에서 공연했다. 특히 2003년도 공연에서는 베토벤의 ‘합창교향곡’, 안익태의 ‘코리아 판타지’를 연주 큰 감동을 전했다. 또 미주한인교회 100주년 기념음악회를 LA 컨벤션센터에서 개최 2,000명의 성가대원, 1만5,000여명의 한인 성도가 참여하는 기념비적인 기록도 남겼다.

목사이셨던 부친과 1.4후퇴 때 피난 내려온 백 목사는 부친이 시무했던 교회-서울 서교동 장로교회(13년), 서울 보문동 동암장로교회(10년), 미 콜로라도주 덴버한인장로교회(5년)-동안 줄곧 교회 안에서 신앙생활하며 고교 3학년 시절 성가대 지휘를 시작으로 교회 음악인의 길을 걷게 된다.

슬하에 1남1녀(손자 4, 손녀 1)를 두고 있는 백 목사는 12년 전 대만에서 89명이 사망하는 외국국적 항공사 사고 당시 외아들이 큰 부상 없이 극적으로 살아준 기억이 또렷하다. 그 아들이 교회에서 열심히 봉사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아찔했던 기억’, 자신의 뒤를 잇는 목회자가 되지 않은 서운함은 덮어두고 항상 고마운 마음이 든다.

한편 지난해 7월 부활절 칸타타 ‘베드로의 고백’ (이상윤 작사, 백경환 작곡) 초연의 감격이 여전하다고 밝힌 백 목사는 하나님이 허락하는 시간 속에서 교회음악 세미나 참여, 예배음악 도움이 필요한 교회 돕기를 적극 실천할 계획이라고 은퇴 이후 바쁜 일정을 소개한다.



<차용준 객원기자>

■ 백경환 목사 약력

한양대음대 작곡과 졸업. 매니스음대 대학원 작곡과 졸업(뉴욕). 피바디음대 대학원 지휘전공(볼티모어). 개혁장로회신학교 졸업. PCA에서 목사안수. 한양대 음대, 청주대 음악과 강사, 미주총신대 음대 학장, 서울영락교회, LA동양선교교회, 미주성산교회, 나성영락교회, 가나안교회 성가대지휘 역임. 성가작곡집 10권 출판. 예술가곡집 ‘나그네’ 출판. 현재, 한인기독합창단 단장 겸 지휘자, 미주한인창악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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