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변하는 장례 문화

2013-01-24 (목)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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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지난 수십 년간 무섭게 변했다. 변하지 않는 사회는 없지만 한국은 그 속도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는 것이 특징이다. 세계 어느 나라보다 빠른 인터넷과 우수한 스마트 폰을 쓰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으리라.

지난 20년간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속도로 바뀐 것의 하나가 장례 문화다. 1991년까지만도 매장이 88%로 압도적이었다. 그러던 것이 매년 4~5%씩 화장이 늘기 시작, 2010년의 경우 화장이 67%를 넘어섰다. 이 해 사망한 25만 명 중 67.5%가 화장을 택했다. 2000년까지만도 매장이 66.3%를 차지했다. 관계자들은 작년은 화장이 70%를 넘었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처럼 화장이 급증하고 있는 것은 깨끗하고 간편한 것을 선호하는 풍조 탓이기도 하고 매장 장소 부족을 이유로 정부가 이를 장려하고 있는 것도 한 요인이지만 세대 간의 결속이 크게 약화된 것이 주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아무도 찾아오지 않아 사실상 버려진 무덤이 급속도로 늘고 있는데 그렇게 되기보다는 깨끗하게 화장하는 게 낫다고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게 된 것이다.


대도시일수록 화장률이 높아 부산이 83.5%로 최고를 기록했고 인천(81.1%), 울산(77.7%) 서울(75.9%) 순이었다. 반면 제주(48.3%), 충남(48.4%), 전남(48.4%) 등이 최저를 기록했는데 대체로 도시가 화장률이 높고 시골이 낮은 것을 알 수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미국은 어떨까. 속도는 한국보다 느리지만 방향은 대체로 일치한다. 2011년 미국에서 사망한 사람은 250만인데 이중 42%가 화장을 택했다. 이는 15년 전에 비해 두 배가 늘어난 것이다. 미국도 지역별로 편차가 큰데 서부 지역이 높고 남부지역은 낮은 편이다. 네바다가 74%로 가장 높고 워싱턴은 72%, 가주는 60% 정도다. 반면 제일 낮은 곳은 미시시피로 15.7%다.

이처럼 지역적으로 큰 차가 나는 것은 종교적 성향과 관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가톨릭은 1963년까지 화장을 불허했고 정통 유대교, 회교, 보수적 개신교 등은 아직도 화장을 금하고 있다. 기독교 입김이 센 남부가 매장을,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서부가 화장을 택하고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세계적으로 가톨릭이 대부분인 폴란드의 경우 화장률이 10%도 안 되는 반면 일본의 경우는 99%에 달한다.

최근 미국에서 화장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보다 비용 때문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미국 내 평균 장례비용은 6,500달러인데 화장은 그 1/3이면 된다. 미국은 땅이 넓어 아직은 묘지 부족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지만 유럽 각국은 한국처럼 이 문제로 골치를 앓고 있다. 런던에서는 공동묘지를 2층으로 하는 안이 추진 중이다.

조상 숭배의 전통이 약화되고 세속화가 진행되는 것에 비례해 화장이 늘어나는 것은 불가피해 보인다. 미국도 화장이 일반적인 장례 문화로 자리 잡는 날이 빠른 속도로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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