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시 입문

2013-01-24 (목)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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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에게 시를 하나 들어 올려
불빛에 비춰보라고 했지.
혹은 귀에 아주 가까이 대고
벌집 같은 소리를 들어보라 했지
쥐 한 마리를 시 안에 떨어뜨려
어떻게 길을 찾아 나오는가를 관찰하거나
시의 방으로 들어가
전등 스위치를 찾아 벽을 더듬어보라 했지
나는 그들이
시의 수면 위에서 수상스키를 타면서
해변에 있는 시인의 이름을 향해
손을 흔들어주길 원했지
그런데 그들은 시를
밧줄로 의자에 꽁꽁 묶어놓고
자백하라 심문하기를 원할 뿐
진정한 의미를 찾겠다고 마침내
호스로 후려치기 시작하네.

빌리 컬린즈(1941-) ‘시 입문’ 전문

빌리 컬린즈는 미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현대 시인 중 한 사람이다. 지적인 재치와 유머로 독자에게 시 읽는 맛을 듬뿍 안겨주는 그가 소개하는 시 읽는 법은 지극히 단순하다. 분석하려 고뇌하지 말고 시를 체험하라는 것이다. 시 속의 길을 따라 들어가 그 속에서 빛나는 색채들을 보고 웅성거리는 소리를 듣고 그것이 열어주는 환희를 몸으로 느끼라는 것이다. 그렇게 자유롭게 시와 시인의 세상을 더불어 유영하라는 것이다.

임혜신<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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