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전 스마트폰 아니에요”

2013-01-18 (금)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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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진적인 현대문명의 발달에도 불구하고 난 아직 흙내 나는 구석기시대를 사는 사람 중 하나이다. 아이팟 터치 아이패드며 또 아이폰 등의 스마트폰이 나온 지도 하 세월이 지났건만 난 불과 몇 달 전 전화계약을 연장하면서 미개한 공짜폰을 덥석 받아들고 왔다.

학교에서 돌아온 아이들이 “엄마, 새로 산 전화 좀 보여주세요”하며 난리가 났다. 전화를 내밀자 아이들은 갑자기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 같은 표정을 하며 뒷걸음치며 한마디를 던진다. “오우 마이 갓!”

굳이 남과는 조금 다른 삶을 살아보려 한다거나 의미를 둔 일은 아니었으나 사용하는 것이 고작 이메일과 구글 뿐인지라 스마트폰의 스마트한 기능이 내겐 별 필요치 않고 한 달에 사용료를 수십달러 씩 내야 한다는 요구에 설득 당하질 못한 까닭에 겪는 불편이다.


요즘엔 어디서건 스마트폰이 대세다. 메모지를 꺼내는 대신 스마트폰을 마주대고 톡 부딪히면 원하는 정보를 옮겨가기도 하고 “사진 하나 찍어주시겠어요?”하는 부탁 대신에 자신들 쪽으로 렌즈를 고정한 다음 원하는 이미지가 나올 때까지 거울 보듯 자기표정을 봐가며 사진을 찍어댄다.

더 자주 연락을 하고 더 쉽게 정보를 나누며 더 많은 일을 처리하느라 산 스마트폰으로 우린 모두 한자리에 모였어도 각자 따로 논다. 필요를 따라 문명의 이기를 누리는 건 마땅하나 혹여라도 “난 언제나 너만 있음 돼” 하는 기계와의 1인칭 사랑이 되지 않도록 거북이 목을 펴고 오늘은 그리운 친구에게 손 편지라도 하나 써 보는 건 어떨까.


<강성희/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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