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먹는 장사 이렇게 하라

2013-01-09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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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가지를 잘 하자

▶ 이재호 (와우 벤토 대표)

내가 처음 창업한 식당은 다운타운에서 한식과 중식을 같이 파는 조그마한 가게였다. 그때까지 식당 운영의 경험이 없었던 어머니와 나는 한식 주방장 아저씨를 고용하여 음식을 만들었다. 하지만 몇달이 지나도 매상은 오르지 않았다. 조급해 하는 우리를 보면서 주방장 아저씨는 새로운 메뉴를 만들자고 주장했다. 그렇게 한두개씩 음식의 수를 늘리다 보니 우리가게는 찌개, 생선구이, 볶음, 그리고 분식까지 수십가지가 되는 음식을 만드는 식당이 되었다. 그 결과 자연히 재료 구입비가 늘었고 그 많은 음식을 준비하는데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었다. 아울러 음식의 신선도는 메뉴의 수가 늘면 늘수록 떨어졌다.

하지만 여러가지 음식을 한다고 해서 매상은 그렇게 오르지 않았다. 새로운 메뉴를 시작하면 잠시 손님이 늘었다 다시 원상으로 돌아가는 악순환이 반복되었다. 그렇게 일년을 버티던 나는 과감히 주방장 아저씨를 해고하고 우리가 가장 잘 만들 수 있는 음식 한개로 다시 시작하기로 결정을 내렸다. 맛없는 여러 메뉴보다는 한가지라도 정말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단골을 잡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판단을 했다.

나는 어머니와 상의하여 어머니가 가장 잘 끓이는 사골우거짓국을 집에서 먹던 그 맛 그대로 만들어 팔기로 했다. 그리고 조미료를 타서 쉽게 맛을 낼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힘들지만 집에서 끓이던 방식 그대로 오랜 시간 끓인 사골국물에 신선한 풋배추를 넣어 정성으로 만들었다. 갑자기 여러가지 음식을 팔다가 한가지 메뉴만을 파는 것에 불평하는 손님들도 있었다. 그러나 많은 손님들이 우거지국 맛에 감탄하여 또 다른 손님들과 함께 우리가게를 찾았다. 정말 사골 우거짓국만큼은 누구보다 맛있고 정성스럽게 만들겠다는 일념으로 반년을 열심히 일했다. 그리고 우거짓국을 우리가게의 주력상품으로 유지하면서 다시 조금씩 메뉴를 늘리기 시작했다. 손님들은 우리가게를 떠올릴 때 우선 맛있는 우거짓국을 생각했다. 그 후로 음식이 깔끔하고 집에서 먹는 음식 같다는 좋은 이미지를 가진 식당이 되었고 당연히 손님들도 많이 늘어나게 되었다.


요즘 식당을 경영하는 한 사람으로 참으로 심각한 불경기라는 것을 느낀다. 그리고 주위를 보면 이런 어려움을 헤쳐나가려 음식값을 내리기도 하고 새로운 메뉴를 시작했다고 대대적인 광고를 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 많은 식당 중에서 성공적으로 살아나려면 손님의 머릿속에 딱 떠오르는 한가지의 음식을 만들어야 한다. 그렇다고 모든 가게가 한가지만 파는 전문점이 되라는 것은 아니다. 다른 어느 식당보다 맛있고 푸짐하며 어디서도 먹을 수 없는 그런 주력 메뉴를 만들어야 한다. 그러면 광고를 하지 않아도 입소문이 나게 되면서 단골도 많아지고 새로운 손님도 끊임없이 늘어나게 된다. 좋은 예로 전복죽 하면 떠오르는 코리아타운의 가게, 또 동치미 국수가 맛있어 항상 손님이 넘치는 구이전문집 등, 주위를 보면 한가지를 잘해서 가게 전체의 브랜딩을 높이고 성업 중인 식당을 많이 볼 수 있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경기가 안 좋을 때일수록 한가지를 선택하고 집중해야 한다.

■이것이 핵심

1. 그 가게 하면 떠오르는 딱 한 메뉴, 그것을 가진 가게는 성공한다.
2. 매상이 떨어진다고 무조건 메뉴를 늘리지 말고, 어디서도 먹을 수 없는 주력 음식을 만드는데 집중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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