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초록화성 브로콜리 공화국

2013-01-03 (목)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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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가수스 은하계에 초록화성
그곳에도 국민이 있고 국회가 있고 대통령이 있지만
브로콜리 농사만 신경 쓰고 살아요.
누가 대통령인지 국회의원인지 몰라도
모든 게 다 잘 돌아가죠.
사자와 양들이 어울려 풀을 뜯고
아이가 독사의 굴에 손을 넣고 놀아요.
홀로 노래하는 강물과 홀로 빛나던 별이 쉽게 벗이 되는 곳
하루살이들 맘 놓고 하루를 영원처럼 살다 가는 브로콜리 공화국에
고기라는 말은 아예 없고요.
우리는 브로콜리 농사만 잘 지으면 되는 거죠

축제일이 돌아와도
수많은 동물들이 고통 속에 죽어가지 않아도 되는 곳
꽃과 풀 향기 진동하는
범 우주적으로 사랑의 수치가 높은 사람이 대통령이 되는 나라
슬픔이 밀려오면
마하데비 여신의 품에 안겨 마음껏 울어도 되는 곳
어두울수록 환해지는 별
내 고향 사람들은 오직 브로콜리 농사에만 관심이 많죠.

김 윤선 (1963-) ‘초록화성 브로콜리 공화국’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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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적으로 사랑의 수치가 높은 사람이 대통령이 되는 나라, 독사도 독이 없고 꽃과 풀 향기 진동하는 그 나라는 어디일까. 슬픔이 밀려오면 마하데비 여신의 품에 안겨 마음껏 울어도 되는 곳, 햇살과 비가 알맞게 내려 슬픔도 기쁨도 초록으로 자라나는 곳, 한 존재가 다른 존재를 절대 해하지 않는 그런 착한 세상은 대체 어디 있는 것일까. 일자리가 없고 등록금이 없고 귀가 길이 두려운 세상에서 이 시인은 착한 별, 페가수스 화성을 찾아 헤맨다. 어디에 있는가, 하루살이조차 맘 놓고 영원을 살다간다는 그녀의 고향은


<임혜신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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