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한해를 보내며

2012-12-27 (목)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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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이맘때쯤에 나는 한 대형 스포츠 샵에서 크리스마스 샤핑을 하고 있었다. 몇 가지 안 되는데 100달러가 넘잖아 하면서 손에든 물건 가격들을 더해보고 있었다.
이때 몇 사람 앞에 있던 청년이 돌아 서면서 “한국사람 이세요?”라고 묻는다. 그는 25달러짜리 쿠폰을 하나 건네주며 컴퓨터에서 뽑아온 쿠폰인데 혹시 해서 2개 가져 왔다가 한 사람이 두개를 쓸 수 없어서 네게 하나를 준다고 했다.

그런데 엊그제 또 한 번 같은 일이 있었다. 이번에는 여자 분이였는데 똑 같이 “한국분이세요”로 시작한다. “여기 10달러짜리 쿠폰이 남는데 저는 이미 하나를 썼고 며칠만 지나면 이것도 못 쓴데요. 그러니 이것 쓰세요.” 동포애가 바로 이런 것 일까 생각하며 마치 친척이나 옆집 한국 아줌마를 낯선 곳에서 만난 듯 갑자기 목이 메어온다.

얼마 전 뉴욕 전철에서 밑으로 떠 밀려져 사망했다는 한국 사람의 이야기는 아마 오랫동안 우리의 머리 속에서 사라지지 않을 것 같다. 만일 그곳에 한국 사람이 한 사람이라도 있었다면 소리소리 지르며 모든 이에게 구조를 요청했을 것이다.


나는 동창회 연말 모임에서 이 뉴욕 얘기를 다시 하면서 만일 내가 넘어졌다면 누가 가까이서 달려오겠냐고 했더니 모두들 “물론 우리”라고 한다. 그들이 얼마나 내 생애에 중요한 사람들이고 특별한 인연인지 새삼 느꼈다 그래서 우리는 샴페인을 터뜨리며 “가까이 있어, 또 친구가 되어 주어 감사 합니다” “사랑 합니다”를 큰 목소리로 외쳤다.

한해를 보내며 내 주위의 특별한 모든 인연들에 새삼 감사하며 그들의 안녕과 행복을 빈다.


<이혜란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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