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빈 라덴을 잡아라”긴박한 습격작전

2012-12-21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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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로 다크 서티 (Zero Dark Thirty) ★★★★(5개 만점)

“빈 라덴을 잡아라”긴박한 습격작전

헬기에 탄 CIA 요원 마야(제시카·채스테인 가운데)와 빈 라덴 살해작전에 나선 해군특공대 요원들

여 CIA 요원의 활약
다큐 드라마식 연출

해군 특공대(Navy Seals)의 빈 라덴 살해작전을 다큐 드라마식으로 다룬 스릴러로 군더더기 없이 튼튼하게 만들었다.‘ 허트 라커’로 각기 오스카 감독상과 각본상을 받은 여류 캐서린 비글로와 기자 출신의 마크 보알이 다시 손잡고 만들었다.

한 여자 CIA 요원의 집요한 빈라덴 거처 확인과정을 2시간 동안 마치 브리핑 하듯이 보여주다가 이어 마지막 클라이맥스인 30분간 특공대의 빈 라덴 은신처 습격을 긴박감 있게 사실적으로 재연한다.


그러나 영화가 너무나 10여년 간에 걸친 빈 라덴 은둔처 확인과정에 매달려 재미있는 액션 스릴러를 본다기보다 건실하게 잘 만든 정부의 홍보용 영화나 상세한 신문기사를 보는 기분이다. 보다 강렬한 액션과 통렬한 급박감이 아쉬운스릴러라기 보다는 오히려 드라마에 가까운 영화이지만 촘촘히 잘 짜인 구성과 확실하고 힘 있는 연출 그리고 주연여우 제시카 채스테인의 실팍한 연기 등 볼 것이 많은 작품이다.

이 영화는 비글로와 보알이 빈라덴 살해작전 자료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국방부로부터 기밀사항을 제공 받는 등 특혜를 받았다는 설로 인해 공화당이 조사를 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아 화제가 됐었다. 그리고 영화가 나오면 지난 대통령 선거에 나온 오바마에게 유리한 홍보효과를 가져다 줄 것이라는 공화당 측의 주장으로 인해 당초 선거 바로 전에 개봉하려다가 이제야 개봉하게 됐다. 제목은 군사용어로 지난 2011년 5월2일 해군 특공대가 파키스탄에 숨어 있던 빈 라덴을 사살한 새벽 12시30분을 말한다.

영화는 처음에 검은 화면에 9.11쌍둥이 빌딩 테러 당시 죽음에 임박한 사람들의 절박한 음성을 담아 감정적으로 보는 사람들의 시선을 작품으로 빨아들인다. 완전히 여성 위주의 영화라고 할 작품의 주인공은 실제 인물인 CIA 여자 요원 마야(채스테인). 마야는 뛰어난 통찰력과 지능을 지닌 여자로 빈라덴이 산 속 굴에 숨어 있는 것 아니라 어딘가 찾아낼 수 있는 거처에 은둔중이라고 확신한다.

영화는 남성 위주의 CIA 요원과 정부관리들 사이에서 겉으로는 연약해 보이는 마야가 강인한 결단력과 뚝심으로 빈 라덴의 은신처를 확인해 나아가는 과정(지나치게 전문적이어서 혼란스럽다)을 10년간 세밀하게 따라가면서 중간 중간 마야의 동료인 마초맨 댄(제이슨 클라크)과 다른 요원들의 알카에다 요원들에 대한 물고문을 비롯한 각종 고문과 테러리스트들의 공격 등을 삽입했다.

마야는 본능적으로 빈 라덴의 연락책을 잡으면 빈 라덴의 거처를 알 수 있다고 단정하고 이 연락책의 소재지를 찾아내는데 온 힘을 다한다. 한편 테러리스트의 공격으로 빈 라덴 은신처 확보에 중요한 정보를 갖고 있는 알카에다 요원과
함께 마야의 동료 여 CIA 요원이 폭사하면서 마야는 이를 갈면서 빈라덴을 잡겠다고 다짐한다.

결국 고문이 주효해 CIA는 빈 라덴 연락책의 이름과 소재를 알아내고 그를 추적한 끝에 빈 라덴의 은신처를 확인한다. 그러나 이 뒤에도 정부가 오랫동안 액션을 안 취해 마야는 분을 참 지 못해 매일 같이 자기 상사의 사무실 유리창에 마커로 빈 라덴 거처 확인 후의 지나간 날짜를 적는다. 마침내 공격명령이 떨어지면서 마야는 특공대의 헬기에 오른다.

가느다란 체구에 연약해 보이는 채스테인이 남성들 사이에서 고군분투하는 결단력 강한 마야 역을 힘줄이 보일 정도로 강인하게 표현하고 중동색이 가미된 음악도 훌륭하다. 전반적으로 장한 영화이지만 오락영화라기보다 상황과 작전 보고서 같은 것이 흠이다.

R. Sony. 아크라이트 (323)464-4226, 센추리시티 (888)AMC-4FUN


<박흥진의 영화 이야기>
hjpark44@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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