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새 대통령, 새 국민

2012-12-21 (금)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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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대선이 최초의 여성 대통 령을 선출함으로써 막을 내렸다. 박 근혜 후보의 당선은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라는 것 이외에도 처음으 로 한 집안에서 두 사람의 대통령 이 나오게 되었다는 점, 그리고 문 민정부 이래 최초로 과반수(51.7%) 득표로 당선된 대통령이라는 점에 서 의미가 있다.

그래서 박근혜 후보의 당선은 그 자체가 큰 변화이기도 하지만 앞으 로 그가 대통령직을 수행하면서도 많은 변화가 있으리라는 것을 기대 하게 한다. 하지만 그의 당선으로 한국의 정 치가 하루아침에 달라지고 깨끗해 지리라는 순진한 기대는 할 수 없 다. 또 저성장의 그늘에서 양극화 가 심화되고 있는 한국경제가 단시 일 내에 회복되리라는 기대도 할 수 없다. 복지문제 등 사사건건 이 념적 대립을 벌여 온 계층 간, 세대 간의 갈등과 불협화음도 쉽게 수그 러들지 않을 것이다.

대선을 둘러싼 어수선한 상황에 서 한국의 국가적, 국민적 역량을 떠보려는 듯한 북한의 미사일 도발 이 있었지만 이러한 북한의 모험주 의도 계속될 것이다. 자민당의 복 귀로 우경화가 계속되고 있는 일 본, 시진핑의 새로운 중국, 대미관 계 등 불안한 국제정세도 지속될 것이다. 그러니 박근혜 대통령의 등장이 무언가 새로운 변화를 예고하고는 있지만 한국을 둘러싼 상황과 문 제는 여전히 힘들고 어려울 것으 로 예상된다. 무엇보다도 그동안 대 선의 마지막 순간까지 갈라질 대로 갈라진 국론, 계층 간 세대 간의 심 각한 괴리가 새 대통령의 국정수행 에 가장 큰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찢어지고 갈라진 나라를 봉합하 고 포용과 탕평으로 국민대통합을 이루는 것이 새 대통령이 해야 할 선결 과제라고 입을 모은다. 그래 서 요즘 한국의 송년회에서는 ‘소 화제’라는 건배사가 유행한다고 한다.‘ 소통과 화합이 제일’이라는 뜻이다. 박근혜 당선인은 자기에게 투표 한 1,600만 명의 국민과 함께 자기 를 찍지 않은 1,500만 명의 국민도 함께 아우르고 거두어들여야 한다 는 말이다. 물론 좋은 말이다. 하지 만 구체적으로 어떻게 화합을 이루 어내느냐에 대해서는 별로 얘기들 이 없다. 한 가지 지적할 것은, 화합을 위 해 의견이 다른 사람들도 아우르고 거두어들여야 하겠지만 그렇다고 근본적으로 잘못된 생각을 갖고 잘 못된 행동을 하는 사람들까지도 있 는 그대로 아우르고 거두어들이는 것이 진정한 화합은 아니라는 생각 이다. 바라건대 새 대통령은 그동안 한 국사회에서 억센 잡초처럼 무성하 게 번져온 불순 세력들을 척결하는 데도 힘을 기울였으면 한다. 한국정 부를 남측이라고 부르고 탈북자를 변절자라고 부르면서 태극기를 마 다하고 이상한 깃발을 휘두르고 애 국가 대신 아무개를 위한 행진곡을 부르는 무리들이 그런 세력이다. 이 런 부류까지 국민통합이라는 이름 아래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 은 화합이 아니라고 본다.

근본적으로 잘못된 것이라면 이 를 계몽하고 설득하고 이해시킴으 로써 무엇이 옳은 것이고 어느 것 이 바른 것인지에 대해 서로 동의 할 수 있는 화합, 그것이 진정한 화 합이다.

그동안의 이념적, 세대적 갈등이 무슨 일에나 찬반과 호·불호로 철 저하게 대립시켜 절충과 중도, 온건 과 타협을 허락하지 않았기에 국론 은 극도로 분열되었다. 하지만 그것 이 결코 화해할 수 없는 분단이라 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우선 중요한 것은 새 대통령이 진정한 화합을 이끌어 낼 의지와 능력과 역량이 있느냐이다. 아울러 새 지도자를 따르는 국민들의 자 세도 중요한다. 지도자에게 화합을 이루라고 주문하기만 하고 국민들 은 스스로 화합하기를 거부한다면 국민대통합은 이룰 수 없다. 진정한 화합은 국민들 스스로가 계몽되기 를 원하고 설득과 이해를 받아들이 려 할 때에만 가능하다. 한국에는 퇴임 후 존경받는 대통령이 하나도 없다고 많은 사람들이 자탄해 왔 다. 이번에 새로 뽑힌 대통령이 퇴 임 후에도 존경받을 수 있을지는 물론 그가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있 다. 하지만 국민들 스스로가 대통 령을 퇴임 후까지도 존경할 수 있 는 자세와 용의를 가지고 있느냐에 도 달려 있다.

한국은 대통령을 새로 뽑았다. 이제 국민들도 새로워져야 한다.


<장석정 일리노이 주립대 교수·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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