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시
2012-12-20 (목) 12:00:00
- 입에 들어가는 것이 사람을 더럽게 하는 것이 아니라 입에서 나오는 그것이 사람을 더럽게 하는 것이니라*
마른 무 쪼가리, 콩자반에 김치
할머니 진지를 드시네
나물 싸주던 흙손으로
돈을 세던 갈퀴손으로 김치를 쭉 찢어
눈 감고 한입 밀어 넣으시네
눈곱 낀, 한쪽은 반 쯤 감긴 눈
두 개 남은 앞니로
오물오물 꿀~꺽
식사를 하시네
낮술 취한 망나니 아들이 건들건들
이 할망구 뒈져 죽어 버려라 해도
할머니 대꾸도 않고 콧물 쓰윽
검지 손께로 훔치며 식사를 하시네
남은 좌판에는 머위대, 헝클어진 돌나물, 고들빼기
오가는 행인들의 투박한 발걸음마다
보풀거리며 일어나는 먼지 속에서
할머니, 웃뜸 마실 가듯 천천히 늦은 점심을 드시네
마태복음 15장 11절
이지엽(1958 - ) ‘신성한 식사’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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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판 장사 하시는 할머니가 늦은 점심을 천천히 드시네. 망나니 아들의 주정이나, 오가는 행인들의 발걸음에 일어나는 먼지도 이 신성한 의식을 방해하지 못하네. 밥을 위해서 살지 않는다고 말하고는 뒤로는 더욱 잇속을 밝히는 사람들에 비해 얼마나 솔직한가. 얼마나 경건한 모습인가. 우리가 하는 일들이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짓’이라는 진실을 할머니 몸소 보여주시네.
<김동찬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