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시
2012-12-18 (화) 12:00:00
어느 먼 곳의 그리운 소식이기에
이 한밤 소리 없이 흩날리느뇨
처마 끝에 호롱불 여위어 가며
서글픈 옛 자취인 양 흰 눈이 나려
하이얀 입김 절로 가슴에 메어
마음 허공에 등불을 켜고
내 홀로 밤 깊어 뜰에 나리면
먼- 곳에 女人의 옷 벗는 소리.
희미한 눈발
이는 어느 잃어진 추억의 조각이기에
싸늘한 追悔(추회) 이리 가쁘게 설레이느뇨.
한줄기 빛도 향기도 없이
호올로 차단한 의상을 하고
흰 눈은 내려 내려서 쌓여
내 슬픔 그 위에 고이 서리다.
- 김광균(1914 - 1993) ‘설야(雪夜)’ 전문
이 시의 백미는 역시 ‘먼- 곳에 女人의 옷 벗는 소리’일 것이다. 시각과 청각 이미지를 통해, 동시에 눈 내리는 ‘소리를 보여주고’, 눈 내리는‘풍경을 들려준다.’ 눈이 내리지 않는 LA의 도심에도 모든 불빛과 소음을 죽이고 눈 내리는 밤이 온다. 호롱불과 여인,‘싸늘한 追悔(추회)’까지도 그리운 것들이라면 무엇이든지 시는 시간과 공간을 넘어 만질 수 있을 만큼 가까이, 생생하게 데려온다.
<김동찬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