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토론이 실종된 대선

2012-12-17 (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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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는 빌릴 수 있어도 건강은 빌릴 수 없다.’ 이 말의 주인공은 1992년 대선에서 3당 합당을 하고 새누리당의 전신인 신한국당 대선 후보가 된 김영삼 후보의 인터뷰 내용이다. 그는 단 한 번도 방송국의 TV토론에 응하지 않고 오로지 일방적으로 ‘내 말을 들으시오’ 하면서 자기 말만 하는 TV광고방송만으로 버티다가(?) 대통령이 되었다. 그 사람이 이끌었던 나라가 그 후에 어떻게 되었는가,

2002년에 미국대선에서 공화당은 민주당 앨 고어의 다소 딱딱한 분위기와 달리 전직 대통령의 아들로 자유분방한 청바지 스타일인 조지 부시를 대통령후보로 내세웠다. 그때 그의 어눌함이나 말실수마저도 귀여움(?)같은 것으로 치부되면서 그는 재검표 논란 속에 당선됐다. 그리고 곧바로 9.11이 터진다.

그는 수많은 말실수로 ‘Bushism’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냈고, 그런 실수가 얼마나 많았으면 급기야 실수 한 것만을 모은 책까지 출간되기에 이른다. 그런 부시를 미국인들은 또 한 번 재선 시켜줬다. 그가 백악관에 있던 8년 동안 미국은 어떻게 되었는가.


한국 대선 TV토론 첫날 시청률이 34%였다니 거의 1,000만 명이 90분간 동시에 그걸 봤다는 말이다. 현장 유세한다고 추운데서 잘 들리지도 않는 말, 고작 1,000여 명에게 자기 이야기만 하는 것과 비교를 좀 해 보자.

TV토론은 국민을 섬기고, 존경하고, 사랑하는 후보라면 마땅히 해야 할 도리이다. 그동안 한국 대선에서는 최소한 11차례 이상의 TV 토론이 벌어졌다. 그런데 이번 대선에서는 토론이 실종상태다. 이것은 국민들을 무시하는 처사다. 2012 한국대선의 단 3차례 TV토론은 결과가 어떻든 두고두고 회자될 것이다.


<강창구/사람사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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