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플리핑 수리비 조절이 성패 좌우한다

2012-12-13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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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싸게 구입, 수리후 되팔아 차익

▶ 일반 투자가들이 명심할 점

부동산 투자방식 중 하나인‘플리핑’이 인기다. TV에 플리핑을 소재로 한 리얼리티 쇼가 인기를 끄는가 하면 플리핑 기법을 가르치는 학교까지 등장했다. 플리핑은 저렴한 주택을 구입해 단기간 내에 되파는 기법이다. 주택시장 침체 전까지 성행하던 플리핑은 주택가격 거품의 주범으로 몰리기도 했으나 침체와 함께 모습을 감췄다. 그러나 최근 차압매물 등 저렴한 가격대의 매물이 쏟아져 나오면서 플리핑이 재등장했고 일반인들에까지 관심을 끌고 있다. 최근 등장한 플리핑은 주로 차압매물을 흡수하는 구매 세력으로 주택시장 회복에 긍정적인 측면을 인정받기도 한다. 어떻게 하면 플리핑에 성공할 수 있을까? 성공하는 플리핑 요령에 대해 알아본다.

올해 20만채 거래$ 건당 평균차익 3만달러
외관보다 상하수도 등 기본설비 상태 더 중요
공사완료 전 성급히 매물로 내놔도 역효과

◇한해 20만채, 평균 차익 3만달러
차압매물 전문 웹사이트 리얼티트랙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에만 약 10여만채의 매물이 플리핑을 통해 매매됐다. 하반기에 플리핑이 조금 주춤해진 것으로 나타났지만 그래도 한해 약 20만채에 가까운 매물이 부동산 전문 투자자들에 의해 사고 팔린다는 통계다. 플리핑을 통해 투자자들이 챙기는 차익도 거래당 평균 약 3만달러로 높아, 플리핑이 인기인 이유를 설명해 준다.


하지만 전문가들의 충고도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TV 속에 등장하는 플리핑 성공 사례가 일반인들에게는 쉽지 않다는 것이다. 철저한 사전조사가 필수고 주택 구입 후에도 수리비 안배를 적절히 해야 이익을 남길 수 있다. 또 예상 밖의 손해를 피하려면 주택수리 업체나 건축자재 선택에도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가능성을 투시하라
플리퍼들이 구입하는 집을 자세히 보면 왜 저런 집을 사나 하는 의문이 들 때가 많다. 일반인들의 입장에서는 도저히 되팔기 힘들 정도로 더럽고 지저분하고 훼손이 심한 집들이다. 그러나 플리퍼들의 성공 요령은 바로 여기에 있다. 플리퍼들은 집을 보러 가서 현재 상태에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현재 눈에 보이는 상
태를 벗겨내고 가능성을 투시하는데 집중하는 것이 바로 성공하는 플리퍼들의 자세다.

발을 들여놓자마자 코를 찌르는 악취, 부서질 대로 부서져 사용할 수 없는 상태의 주방설비, 사람 키를 넘는 마당의 잡초들. 이런 ‘악조건’을 갖춘 집이 바로 플리퍼들에게 먹잇감이다. 플리퍼들은 악조건에 집중하는 대신 리모델링 후의 집을 떠올리고 수리비와 주변 시세를 비교하는데 두뇌를 바쁘게 작동시킨다.

◇산수는 기본
기본적인 산수실력을 갖추지 않다면 플리퍼로서의 성공은 꿈꾸기 힘들다. 말 그대로 산수로, 간단한 덧셈, 뺄셈 실력만 갖추고 있으면 된다. 플리핑의 목적은 ‘돈을 벌기’ 위해서다. 집을 팔아서 남는 금액이 투자한 금액보다 많을 것으로 판단되면 일단 플리핑 실패는 없는 것이다.

매물을 구입할 때 지출되는 비용은 비교적 계산하기 수월하다. 거래 가격, 클로징 비용 등은 이미 정해진 금액들로 간단히 더하기만 하면 된다. 중요한 것은 바로‘ 수리 후 시세’(ARV: After Repair Value)를 산정하는 작업이다. ARV가 구입비용보다 높아야 손해가 없다.

ARV를 산정하려면 우선 지역 주택시장을 잘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최근에 판매된 비슷한 조건을 매물 가격과 비교해 ARV를 가늠해 본다. 매물 비교 때 가격, 건물 조건 등을 단순히 비교하는 방법은 피한다. 비교 대상 매물에 대한 정보를 최대한 입수해 ‘매물 대 매물’ 방식으로 비교해 ARV를 산정한다. 예를 들어 비교 대상 매물의 업그레이드, 리모델링 정도까지 고려해 가격 산정에 포함시킨다. ARV를 구했다면 그 가격대로 시장에 내놓으면 안 된다. 수수료, 재산세 등을 고려해 적어도 약 10% 높은 가격에 매물을 내놓아야 추가비용 지출에 따른 손해를 막을 수 있다.


◇팀웍을 구축하라
플리핑에서 성공하려면 팀 단위로 활동하는 것이 유리하다. 주택 매물 사냥 때에는 부동산 중개인팀, 주택 수리에는 수리팀을 별도로 두고 플리핑을 해야 성공 확률을 높일 수 있다. 우선 대부분의 플리핑이 주택 수리작업이 따르는 만
큼 각 분야 주택 수리 전문 업체들과 네트웍을 구축해야 한다.

초보 플리퍼들이 주로 디자인이 등 외관에 치중하는 반면 전문 플리퍼들은 상하수도 설비, 전기설비, 지붕 등의‘ 주택 인프라’ 상태 점검에 많은 신경을 쓴다. 눈에 보이지 않는 부문의 수리비가 외관을 단순히 업그레이드하는 비용보다 훨씬 높기 때문이다. 따라서 전문 플리퍼들은 집을 보러 다니는 단계에서부터 수리팀을 대동하고 방문, 건물상태와 수리 견적을 뽑느라 정신이 없다.

투자 예정지역 부동산 중개인들과의 네트웍도 중요하다. 아직 시장에 나오지 않았지만 곧 차압될 것으로 보이는 주택 등‘ 내부 정보’를 얻는데 중개인팀을 활용하면 좋다. 또 주택 구입 전 반드시 따져봐야 할 ARV를 구하는 데도 부동산 중개인들의 도움이나 의견이 절실하다.

◇아무한테나 팔지 않는다
요즘 주택시장에 바이어들의 매물 샤핑활동이 활발하다지만 이 중 실제로 융자를 받을 수 있는 바이어는 기대 밖으로 많지 않다. 매물 판매준비가 완료됐다면 시장에 선보이고 융자자격을 갖춘 바이어를 선별하는 작업이 매우 중요하다. 무조건 높은 가격을 써낸 바이어를 선택했다가 융자가 거절되면 시간 허비와 함께 우수한 조건의 바이어를 놓치는 격이다.

성공하는 플리퍼들은 이같은 실수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아예 은행이나 융자 브로커와 팀을 이뤄 바이어 선별작업을 실시한다. 구입조건 중 하나로 셀러(플리퍼) 측의 은행이나 융자 브로커를 통해 바이어의 융자자격을 점검 받아야 하는 것이다. 주택 거래를 시작하기 전 플리퍼 나름대로의 기준으로 바이어의 융자 가능성을 확인하는 작업이다.

◇바이어를 위한 디자인
매물 구입 후 내부 디자인을 손보는 일도 빼놓을 수 없는 플리핑의 과정이다. 이때 주의할 점은‘ 내가 거주할 집이 아니다’라는 생각을 머릿속에 새겨야 한다는 것. 구입한 집이 맘에 들어 구입자가 선호하는 디자인을 적용하면 바이어들의 눈에서는 멀어지기 시작한다. 바이어들이 선호하는 최신 디자인을 익히고 이를 리모델링에 반영해야 높은 가격에 집을 되팔기 쉽다.

◇뜸을 들여라
너무 성급한 나머지 공사가 끝나기도 전에 집을 내놓는 일도 주의할 점. 성공적인 플리퍼들은 리모델링 공사가 완료될 때까지 끊기 있게 기다린 후 내부를 단장하는‘ 스테이징’까지 마친 후 시장에 내놓고 바이어들의 반응을 달군다. 좀 일찍 내놓고 바이어들의 반응을 맛보려다가 자칫 바이어들의 혹평을 들을 수 있고 반대로 바이어들의 이런저런 리모델링 요구에 시달릴 수 있다.


<준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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